1년 50조 차익…외인 '손바꿈'의 미학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1.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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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은 5%P만 줄어…보유주식 평가액은 16.5조 증가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인 2006년말. 한 투신사 직원은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로부터 이같은 말을 들었다.

"한국시장에서 한 100조 정도는 팔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이 직원은 반응은 '설마...'였다. 당시 외국인들이 260조 정도의 한국주식을 들고 있었는데 그 중 40%가까이를 팔아치우겠다는 건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온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주가가 급등해준 덕에 외국인들은 이미 31조 넘게 팔아치웠다.

하지만 코스피에서 외국인 비중은 겨우 5%포인트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만약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10%포인트만 더 줄이면 100조를 팔아치울 수 있게된다.



2006년 12월1일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704조2939억원으로 외국인은 37.11%에 해당하는 261조3635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17일 현재 시가총액은 865조6836억원이며, 외인비중은 32.08%로 평가액은 277조7112억원에 달한다.

같은기간 31조5988억원을 고스란히 팔아 챙겼지만, 남은 주식의 평가액은 오히려 16조3500억원 늘어났다. 1년하고 40여일동안 불과 5.03%의 '손바꿈'을 통해 50조 가까이의 차익을 챙긴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으로 번 돈을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실제 차익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국인들이 많이 보유한 대부분의 우량주들이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초저가 시기부터 매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인들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0조1884억원을 순매수했고, 2005년부터 2008년 1월18일까지 48조5854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업계는 2000년 ~ 2004년 코스피가 평균 715.5에 불과했던 시기에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매수했기 때문에 주가가 최소 2~3배는 올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투신사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 투신사 직원은 외인들의 이같은 '엑소더스'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이 직원은 "외인들이 IMF이후 보유한 우량주들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팔고 나가기 시작했다"며 "특히 외국계에서 한국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들이 나온 후 매도세가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외국계 투자은행들 대부분이 '한국증시 긍정적'이라며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면서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외국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과거 외인비중이 높아던 것은 한국주식이 쌌기때문이며, 비중축소는 저평가가 해소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

장영우 UBS증권 한국대표는 "2004년 44%까지 올랐던 외인비중은 지속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최근 매도는 외인비중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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