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지분형분양제'는 참으로 난처한 안"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1.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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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업계, 사업성 검토중…"택지공급가 인하시 투자가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의 반값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며 전날 발표한 '지분형 주택분양제'에 대해 재원조달의 핵심인 기관투자자들은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몇몇 자산운용사들은 전날 발표된 '지분형 주택분양제'에 대해 투자사업성 검토에 착수했다. 가능한 새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지만 실제 투자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임대수익 없이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만을 취하는 구조인 데다 지역과 입지별로 투자가치가 천차만별이어서, 수익성이 담보될 만큼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임대수익 없는 부동산투자…기관투자자 '난색'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거용 부동산으로 수익률을 내기는 쉽지 않아 현재로서는 투자여건이 맞지 않는다"며 "임대수익 없이 부동산 가격상승만 보고 투자해야 하므로 검토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지분형 주택분양제란 85제곱미터 이하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의 51%를 실수요자가 내고 나머지 49%를 투자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집값의 절반은 다시 국민주택기금이 연 5% 저리로 대출해준다. 실소유자는 집값의 4분의 1 자금으로 주택소유권과 임차권을 갖고 투자자는 자유롭게 분양주택에 투자하고 지분매각도 자유롭다. 지분은 일종의 유가증권이므로 아파트 단지별로 혹은 주택호수별로 표준화과정을 거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도 상상해볼수있다.

동양투신운용 차상란 부동산운용본부장은 "분양가를 낮춰 향후 적정가에 매각해 자본이득을 취하는 구조라면 청산시점의 부동산시장과 가격 등을 펀드매니저가 판단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홍빈 KTB자산운용 부동산투자본부장은 "발표된 안에는 자세한 내용이 나와있지 않아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고 "현재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연 7~8%대 운용수익(임대료 등)과 매각시 양도차익을 덤으로 얻는 수익구조인데, 주택은 양도차익만을 기대해야 한다"며 "사업성있는 지역과 물건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용자와 투자자를 분리한다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입지우월성만 믿고 투자하기는 어렵다"며 "택지를 조성원가보다 낮게 공급할 경우에는 투자를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투기조장 우려…부동산 파생상품 등장?
'지분형 주택분양제'가 투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을 일종의 증권의 형태로 유동화시켜 거래를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투기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않다. 작은 정책이나 입지 가치변동이 크게 해석돼 주택지분가격이 급등하고 전체 부동산 가격 상승심리를 부추길 가능성도 적지않다.



지분가격 변동에 양도소득세 등 세제혜택이 가해진다면 그러한 경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게다가 지역과 단지내 입지 등 각 주택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차별화될 가능성이 커서, 투자리스크 또한 작지 않다. 사용자 및 처분권자와 투자자간 권리 등 정리할 내용도 복잡하다.

거주자의 지분처분이 제한되는 10년간 투자자들은 화재 등 주택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를 공유하게 된다.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10년후에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화재나 붕괴 등으로 가치가 멸실될 위험을 방어하려면 주택보험 가입이 필요한데 누가 얼마나 분담해야할 것인지도 간단치 않다. 재산세 부담의 법리문제도 있다. 주택 소유권자가 모두 부담하는게 원칙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집을 일부 소유하게 되는 지분투자자를 세부담에서 면제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거래제한이 풀리면 운용수익이 가능한 실소유주의 지분이 투자자 지분보다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될 가능성도 있다. 10년 만기로 운용되는 펀드가 투자할 경우 태그 얼롱(tag along : 최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 등 보완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수익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주택 지분거래 활성화로 부동산지수 등 파생상품이 등장해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분거래 방식과 가격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점 vs 다른점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시 금융권이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한다. 미국 투자사들이 주택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사례 때문이다.



안홍빈 본부장은 "선순위가 국민주택기금이고 펀드는 후순위가 될 것이란 점에서는 후순위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유사점이 있다"며 "그러나 택지가격을 낮춰 애초 공급가격에 차이가 있으므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차상란 본부장은 "'서브프라임'은 신용이 낮은데 대출을 해줬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그러나 '지분형 분양주택'은 신용도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 하락시 투자손실을 누가 입으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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