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알파' 밸류펀드에 주목하라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01.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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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박영암 기자의 돈 되(잃)는 펀드

"지난해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운용원칙을 저버리고 특정 자산운용사의 선호종목을 추격 매수했다. 하지만 이채원 전무는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고수했다. 4분기 이후 시장상황이 돌변하면서 수익률이나 안정성면에서 이 전무의 철학이 옳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윤창보 수성투자자문 부사장)

윤창보 수성투자자문 부사장은 1월 중순 신년인사차 방문한 기자에게 "올해 '중소형 가치주'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낼 것"이라며 "지난해 11월초 포트폴리오를 전면 교체했다"고 들려줬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감 등으로 올해는 기존 성장주들의 이익이 시장기대에 못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윤 부사장은 "지난해 과도하게 프리미엄을 받았던 중국관련주 등 성장주들은 고전이 예상되는 반면 실적에 비해 장기소외됐던 '저평가 가치주'들이 시세를 낼 것" 이라며 이채원 전무를 관심있게 지켜보라고 들려줬다. 인플레이션과 기업이익 성장 둔화로 자산가치가 풍부한 종목을 대량 편입한 이채원 전무의 펀드가 안정된 수익을 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은행금리+알파' 추구하는 광의의 '헷지펀드'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한국증시에서 '가치투자자'의 대명사다. 2006년 4월18일부터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이후 밸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밸류펀드의 설정액은 8457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55.3%를 자랑한다(1월17일 기준).

밸류펀드의 특징 중 하나는 벤치마크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형펀드는 코스피지수나 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을 잣대로 해서 펀드의 운용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밸류펀드의 운용성과 잣대를 굳이 찾자면 '은행금리'다. 밸류펀드가 '은행금리+알파'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전무는 밸류펀드가 이처럼 시장상황과 무관한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절대수익펀드'로 불려지길 원한다.

이 전무는 " 코스피지수가 10% 하락한 상황에서 펀드매니저가 비교지수보다 5% 더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결국 -5%의 원금손실을 입은 셈"이라며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은행금리+알파'를 달성해야 고객재산을 위탁관리하는 펀드매니저의 본분을 다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펀드의 안정성은 밸류펀드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지수 등락폭이 아무리 커도 안정감 있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무의 지론이다. 펀드 수익률이 들쑥날쑥하면 전문가에게 돈을 맡길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밸류펀드는 안정성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개월간 펀드 수익률의 표준편차는 14.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평균(23.7%)이나 코스피지수(22.1%)보다 안정성이 훨씬 돋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1월 17일기준).



안상순 모닝스타코리아 평가팀장은 "밸류펀드의 안정성이 통계적으로 검증되고 있다"며 "요즘같은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새가슴'투자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펀드"라고 말했다.
'은행금리+알파' 밸류펀드에 주목하라


인플레이션 헷지에는 우량 자산주가 최고

이 전무가 추구하는 가치투자는 무엇인가. 그는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투자를 설명해 왔다. 이 전무가 추구하는 가치투자는 한마디로 ▲지배구조 ▲유동성 ▲인지도 ▲시장의 과잉반응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적은 저평가 우량주들을 매수해서 적정가치를 평가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즉 시장이 본질가치를 인정해 줄 때까지 인내력을 갖고 '시간'과 싸우는 것이 가치투자의 본질이라는 것.

이같은 철학이 압축된 사례가 지난해 12월 매수한 방림이다. 이 전무는 지난해 12월 방림 주식을 5.46%(23만1209주) 사들였다. 매수 이유에 대해 "방림은 600억원대 현금성 자산에다 부동산 장부가격이 1000억원을 넘지만 시가총액은 겨우 1000억원"이라며 "유동성 부족과 낮은 인지도로 시가총액이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어 매수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대한 재평가 작업만 이뤄져도 현주가에서 서너배 상승은 '식은 죽먹기'처럼 쉽다는 것이 이 전무의 설명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해 1월 출간된 <이채원의 가치투자>에도 수록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화섬.

그는 당시(2004년 하반기) 1만3000원대에 머물러 있던 대한화섬의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했다. 대한화섬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19만9500원에 달해 당장 청산해도 주주들이 이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었다. 특히 시가총액(1560억원)에 비해 보유토지의 장부가격은 957억원에 불과해 '무조건 먹는다'고 확신했다는 것. 결국 그는 대한화섬을 평균 1만3000원대에 매수해서 8개월 후 평균 2만5000원대에 매도, 100%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가치주 투자에는 대형-소형 구분이 없다

그렇다고 이 전무가 중소형주만 매매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여부가 중요하지 시가총액의 규모는 상관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전력이다.

이 전무는 밸류펀드 설정 이전인 한국증권(옛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시절부터 한국전력을 매수했다. 10년 이상 한국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밸류펀드도 설정당일부터 한국전력을 매수했다.



한국전력 선호 이유에 대해 "40조원대의 순자산에 비해 24조원대의 시가총액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한국전력이 연수원 사옥 등 전국의 부동산 가치는 물론 매년 2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24조원대의 시가총액은 너무 싸다는 게 이 전무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전력이 저평가 받는 것은 정부의 전력요금 통제 때문"이라며 "한국전력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주가는 금새 서너배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전력이 전력요금 인상을 주주관점에서 결정할 시기가 언제 올 지 알 수 없지만 민영화 기대감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만으로도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높아 장기보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매년 2%의 배당수익률도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3년간 환매제한으로 장기투자 유도



밸류펀드는 3년간 환매를 제한하고 있다. 저평가된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적정가치를 찾아가는 데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이란 이 전무의 투자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보수도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런 만큼 여윳돈을 가진 장기투자자에게 적합하다.

김휘곤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 과장은 "밸류펀드는 저평가 종목을 엄선해서 적정가치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전형적인 장기가치투자펀드"라며 "일관된 운용철학을 준수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지만 시장 흐름과 다소 괴리를 보일 때도 있어 펀드 고객들이 다소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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