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상승 기대에 호가만 '쑥'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1.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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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강남 재건축 거래 동향

이명박 당선인이 강남에서 66.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이 지역의 재건축 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그간 거래되지 않던 급매물이 대선 전후로 소진되고 호가도 조금 높아졌다. 특히 양도세와 부동산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최고 1억원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 당선인이 인수위에 입단속을 지시하고 시장안정 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재건축 시장은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다만 시장의 기대심리는 여전하다. 규제완화에 대한 방향 설정은 확정적인 만큼 언젠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한 상태다.

규제완화 시기를 늦추겠다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발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매물은 들어간 상태다.



잠실 3단지에 위치한 D공인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두 세 물건의 매매가 있은 후 거래가 끊긴 상태”라며 “0.5% 정도 수준에서 호가를 높여 시장에 내놓는 변화가 있는 정도”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A공인 관계자도 “대선 전 후로 급매물 중심의 거래가 몇 건 있었으나 일부 소진되고 남은 매물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며 “양도세가 완화되면 그 때 가서 다시 내놓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상승 기대에 호가만 '쑥'


조합원분에 한해 한 차례 거래가 가능한 잠실 1·2단지와 시영 쪽 분위기도 비슷하다. 올 중순께 입주하는 이 재건축 단지는 109㎡ 기준 8억5000만~10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 물량이 많지 않아 정확한 시세 파악은 힘들지만 대선 전보다 5000만원 정도 올랐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층 아파트로 이뤄진 개포 시영과 주공 1~4단지의 현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 초에 터진 호재성 발언으로 거래 움직임이 있었으나 지금은 호가만 조금 오른 상태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대선 이후 43㎡의 아파트가 7억8000만원에 2건 정도 거래됐다”며 “이후 8억1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된 상태지만 거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가시화 될 때 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1주택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최대 80%로 할 경우 6억원 초과 고가주택 1주택자들이 수혜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결정되기 전까지 주택 소유자의 움직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소장은 1970~1980년 강남개발 시기에 들어온 장기 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완화 기대감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 시장, 양도세 완화 절실... 장기보유특별공제 상반기 적용할 듯

강남권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재건축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도소득세의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 소유자들이 높은 양도세 때문에 호가만 높여 거래가 없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인 양도세 부담은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50%로 적용한 것이 핵심이었다. 높은 가격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한편 1가구 1주택자는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줬다. 3~5년 보유시 양도차익의 10%, 5~10년 보유시 15%, 10~15년 보유시 30%, 15년 이상 보유시 45%의 공제율을 적용했다.



15일 여야가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확대를 통해 양도세 인하방침에 합의했다. 따라서 상한선이 80% 수준으로 크게 향상돼 보유년수에 4%를 곱한 수치를 공제받게 된다. 따라서 아파트 보유연한에 따라 4년 보유시 16%, 10년 보유시 40%, 20년 보유시 8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최대 수혜는 강남권 1주택 소유자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20년 전 구입한 아파트가 현재는 고액 아파트다 보니 45%만 적용받던 공제율이 80%로 늘어남에 따라 차익도 커지게 됐기 때문. 6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3년 보유연한 등 비과세 요건만 지켜주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강남권 매도자는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양도세가 적용되면 그 때 가서 물건을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월 국회를 통과하면 상반기 중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다주택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어 실제 거래 활성화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남 재건축,상승 기대에 호가만 '쑥'
◆ 규제 완화 기대감 속 ‘스탠바이’



재건축, 재개발 규제의 핵심 내용인 용적률 규제 완화와 추진절차 간소화 방안은 쉽게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용적률 규제 완화에 앞서 개발이익환수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개발에 따른 이익을 다시 환수해 강남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잠재우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은 ‘관망은 하되 기대는 버리지 않는’ 분위기다. 이명박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 논리에 맞게 풀어주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잠실의 A공인 관계자는 “자다 일어나면 수 천만원씩 뛰던 예전같은 호황기는 다시 없을 것”이라며 “분명 주택 수요가 많고 매물도 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규제가 풀리면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개포 주공3단지에서 세 부담 때문에 호가를 약간 높여 매물을 내놨다가 다시 회수한 김기철(가명·56) 씨는 “최근 이명박 당선인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볼 때 기대만큼 빠른 조치는 없는 분위기”라며 “다만 공급확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재건축 완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이윤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더 장기적으로 볼 생각”이라며 매도 의지를 꺾은 이유를 설명했다.

◆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 완화, 수혜 단지 아직 없어

강남 재건축,상승 기대에 호가만 '쑥'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재건축조합 설립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건립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서울지역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 허용연한인 준공 후 24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15만2360가구로 조사됐다.



1983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로 이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75%가 동의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이전까지는 동의 기준이 80%였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단지 가운데 75%는 넘었으나 80%의 동의를 얻지 못해 조합설립이 무산된 경우가 없는 점을 고려할때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단지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주민 동의율이 46%에 불과하지만 개정된 법률이 재건축 추진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수위와 건교부가 초과이익환수를 전제로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수요적 장기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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