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폐지 통일부, '아연실색'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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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대야 협상카드 시각도

새 정부 조직개편안이 ‘13부 2처’로 결정된 것으로 16일 알려지면서 막판 폐지 대상에 포함된 통일부 직원들은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특히 통일부의 경우 인수위 업무보고 이후 통폐합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안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 급보에 타 부처와 달리 충격이 더한 상황이다.



만약 외교통상부와의 통합이 최종 확정되면 통일부는 지난 1969년 국토통일원 출범 이후 39년만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당혹스럽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북에서는 새 정부가 통일 의지가 없는 걸로 볼 수도 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통일부 다른 관계자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다”며 “어제 저녁까지 그런 낌새를 전혀 차리지 못해 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그 동안 외교부와의 통합 논리에 대해 △국가수반으로서의 역사적 책무 △대북관계의 복잡ㆍ가변성 △대북 협상력 약화 등의 반대논리를 펼치며 부처 존치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특히 대북접촉 라인이 외교부로 단일화 될 경우 협상 카드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통일부 한 고위관계자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지금처럼 방향이 맞을 때도 있지만 어긋날 때도 많다”며 “그럴 경우 부처가 다르면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외교부로 단일화되면 전략적 협상 칩이 사라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북측이 상징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대해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4강외교로도 벅찰 외교부장관이 수시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통일업무를 제대로 관장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새 정부의 이번 조치가 대야 협상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 통일부가 ‘새 정부’의 양보 카드로 활용될 것이란 해석.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 등 대북포용정책에 애착이 커 해수부, 정통부, 과기부, 여성부, 통일부 중 하나를 살려야 한다면 통일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이런 분석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정말 그렇다면 그것도 문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헌법이 규정해 놓은 통일이라는 과업이 정치협상 수단이 될 수는 없다”며 “오로지 애국적인 차원에서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해 온 인수위가 그런 정치적 술수를 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 인사들은 과거부터 통일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가져왔다”며 “그런 것들이 잠복돼 있다가 표출된 측면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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