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에게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반면 메릴린치에게는 수치일 수 있다. 연 9%의 수익을 확정해줬을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자리도 선물했기 때문이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문제로 야기된 신용경색 문제가 일정수준 해결 기미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진입한 적극적인 대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유가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은 서브프라임 관련 공포를 싸게 좋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날 연기금은 151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올들어 최대 규모의 순매수다. 물론 적극적으로 지수를 올려보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지수 낙폭을 줄이는데 도움을 줬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식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면 하락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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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올 하반기 시장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낙폭과대 우량주에 대한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 분할매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뉴욕증시가 또다시 급락했다. '시장이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전날 뉴욕 증시의 하락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씨티그룹의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물론 그 예상보다 더 안 좋기는 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이 역사상 사상 최대의 손실을 발표한 것은 오히려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모든 부실을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소매판매도 예견된 악재였다. 이미 티파니의 실적 부진을 통해 겪은 일이다. 다만 기업의 실적이 아닌 경제지표로 확인됐을 뿐이다.
상승만 해왔던 시장에서 악재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비관적인 뉴스가 시장을 가득 채울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치우친 시황관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주식시장의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시황관에 사로잡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서울은 영하 9도까지 떨어졌다. 추울 때 '춥다 춥다'하면 더 추워진다(치우친 시황관). 그리고 올들어 가장 춥다는 것은 이제 더 추워질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이고 봄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