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를 읽자"…'책'에도 '인수위' 바람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최중혁 기자 2008.01.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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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말 대선 직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꾸려지자 관가는 술렁댔다. 무명의 학자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한 데서 오는 당혹감이었다.

"생각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라는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은 결국 책을 찾았다.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학자들의 최종 결과물인 책만 한 것도 없다는 판단을 한 셈.



정무분과 간사를 맡았던 김병준 교수의 '지방자치 살리기'나 경제분과 간사였던 이정우 교수의 '소득분배론'은 필독서가 됐고 참여정부 내내 관료들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5년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직후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학자 출신보단 정치인과 관료들이 많이 포진된 데서 오는 차이가 크다.



그래도 인수위원들의 성향이나 정책 구상을 알아보려는 노력은 다르지 않다. 특히 인수위 핵심 인사들의 경우 향후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요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미 필독서가 된 책이 있고 서점가에서 은근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서적도 적잖다. 사람뿐 아니라 책도 때를 잘 만나야 하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전.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삼성경제연구소)이다. 저자는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차관.


초판이 나온 게 2005년 6월인데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부제는 '부가세에서 IMF 사태까지'. 강 전 차관이 공직에 발을 들여놓고 처음으로 맡은 업무인 부가세 도입과 차관을 그만두기 직전 맞이한 IMF 사태를 표현한 것이다.

책 곳곳에 공직 경험을 토대로 한 대안 제시가 담겨 있어 향후 정책 방향으로 읽히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국은행 독립성 문제' 등에 대한 강 전 차관의 지론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그가 차기 경제팀 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터여서 더욱 주목된다. 과천 관가에서는 이미 공부를 끝낸 상황이라고 한다.

#교육과 정부조직에도 방향타가 있다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인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의 책은 교육 정책 담당자에겐 필독서다. 책 제목은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학지사). 이 의원이 2006년말 쓴 책인데 자립형 사립고 등 현 정부 교육개혁의 주요정책을 엿볼 수 있다.

사회교육문화분과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조전혁 인천대 교수가 쓴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기파랑)도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다. 학부모권리선언운동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조직 분야에서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재완 정부혁신 규제개혁 태스크포스팀장이 지난 2002년 지은 '작지만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가 주교과서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의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은 정부 조직 개편을 비롯 보수 진영이 가야할 길을 밝힌 '바이블'로 불린다.

#최고 상한가도 있다 바로 한반도 대운하 관련 책들이다. 우선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소속 대학교수들이 공동저술한 연구서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경덕출판사).

700여쪽에 달하는 분량에 금액도 3만2000원으로 비싸지만 품절일 정도로 인기다. 책을 쓴 연구회는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 팀장이 회장을 맡았던 단체.

당선인 비서실 추부길 정책기획팀장이 지은 '왜 한반도 대운하인가?'(말과 창조사)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을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책들의 경우 관가에서 수요가 많은 반면 한반도대운하 관련 서적들은 건설업체에서 대량 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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