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본관 압수수색은 상징적 액션?

장시복 기자 2008.01.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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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집무실인 승지원 등 8곳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삼성그룹의 '심장부'격인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을 압수수색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은 15일 오전 삼성 전략기획실의 핵심 부서와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 26∼28층에 수사팀 수십여명을 전격 투입해 전략지원팀과 기획홍보팀, 인사지원팀, 법무팀을 장시간 수색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집무실은 물론 삼성 본관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도 이번이 처음이다. 15일은 마침 그룹내 대표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로 외국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날이라 삼성 측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사실상 삼성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실효성' 보다는 '상징성'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검은 전날 임원 자택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하며 '신속성'과 '효율성'에 중심을 둔 수사 방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특검이 이날 삼성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수사 초반부터 삼성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들어가기 위한 '상징적 액션'이라는 것이다.

'관리의 삼성'에서 이미 중요 증거 자료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높더라도 수사 초기부터 핵심부를 겨눔으로써 수사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고 일종의 '사기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단 압수수색을 단행함으로써 총체적인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을 남기지 않게 되고 '의외의 결과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노림수도 있었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특검의 수사에 대응하며 각종 법률대책을 세울 법무팀까지 압수 수색대상에 포함시켜 미리 이들의 기를 꺽어놓는 효과를 남기기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이날 특검이 압수수색한 본관 27층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비밀금고'가 있다고 주장한 곳이어서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증거들이 나올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삼성 그룹의 비자금은 본관 27층 김인주 사장 사무실 앞에 위치한 접견실 옆의 '비밀금고'로 모여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가 불거진 이후 삼성 측이 특본과 특검의 수사에 대비해왔다는 점을 볼 때 확보할 만한 증거를 찾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 집무실에 이어 삼성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추가 압수수색 장소가 어디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삼성그룹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감안하면 마치 정수리에 물을 쏟는 것처럼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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