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 고객 관리 이래서야…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08.01.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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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요? 조금 기다리시고, 그것보다 신상품이 나왔는데…"

지난 2006년 9월 증권사에서 만기 2년 6개월짜리 주가연계증권(ELS)에 2000만원을 투자한 A씨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인 하이닉스의 주가가 가입당시보다 40%가까이 하락했기 때문. 이 상품은 '스텝다운형'으로 6개월 조기상환 시점마다 행사가격이 단계적으로 낮아져 원금보장 가능성이 높고, 조건이 충족되면 연 15%의 수익률이 발생한다.

다만,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종목이 한번이라도 -40%를 터치하면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LG필립스LCD와 하이닉스로, 지난 15일 기준으로 평가할 때 LG필립스LCD는 30%이상 상승했지만 하이닉스는 40%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결국 이 상품에 가입한 A씨는 하이닉스의 급락으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최초 투자금액 중 500여만원을 손해봤다. 아직 만기때까지 2차례의 평가기간이 남아있지만 LG필립스LCD와 하이닉스의 주가에 따라 일희일비 할 수 밖에 없다.

또, 지난해 일본리츠펀드에 2000만원을 투자한 B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시 이 상품은 높은 수익률 탓에 투자자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수익률이 급하락했다. 현재 10%이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B씨 역시 200만원을 손해봤다.



최근 펀드 열풍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상품 선택으로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투자금 손실이 아닌 판매사의 사후관리.

앞서 사례에서 보듯이 ELS에 투자해 손실을 본 A씨의 경우 만기시 충격을 우려해 판매사에 중도환매를 계속 요구하고 있으나 이렇다할 설명없이 무조건 만기까지 가져가 보라는 얘기만 들었다. ELS에 대한 사전 기초지식 없이 지점에서 추천한 상품이다보니 믿고 투자했는데, 막상 손실이 발생해 이런저런 문의를 하니 귀찮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것. 더욱이 이 지점은 A씨에게 꾸준히 신상품 정보를 보내고 있어 A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A씨는 "금융상품이라는게 손실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비싼 환매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중도환매 하려는 것은 향후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마련해 달라는 뜻인데, 현재 가입한 상품에 대한 관리는 뒷전으로 두고 신상품 정보만 보내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씨 역시 일본리츠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이어지면서 중도 환매를 통해 일찌감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려 했다. 하지만 판매사의 무조건 기다리라는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환매시기를 놓쳤다.

B씨는 "물론 투자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펀드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전문가가 아니냐"며 "투자자들이 전문가의 조언을 필요로 할 때가 있고 판매사의 판매보수가 높은 이유도 이러한 사후관리에 따른 투자비용때문인데, 정작 투자자들이 전문가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기초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판매사들이 고객관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인센티브에 기인한 판매관행 때문"이라며 "또,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으로 각종 사내 캠페인 등을 통해 판매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기존 상품에 대한 관리보다는 신상품 판매에만 주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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