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실적발표일, "바람 잘 날 없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전필수 기자 2008.01.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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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관 압수수색..2Q엔 M&A설-3Q엔 화재피해 관심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 실적발표(분기 또는 반기, 연간)는 증시의 최대 주목거리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실적 호전.악화 여부는 향후 지수의 방향타가 되고 외인 움직임의 전조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반년간 삼성전자 실적발표일은 실적 자체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그 의미가 왜곡돼 왔다. 갑작스럽게 돌출된 M&A 이슈, 돌발적인 공장(사업장) 화재, 그룹 차원의 비자금 의혹 등에 따른 검찰의 수사 등이 그같이 대표적인 외부 요인이다.



15일 삼성전자는 2007년 4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LCD, 통신 부문 등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의미있는 실적을 올렸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세계 전기전자업계에서 '톱 3'에 진입하는 일도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034억 달러의 매출로 우리나라 기업으론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전세계 전기전자업계에서 매출 1000억 달러 이상 달성 기업은 삼성전자 이외에 지멘스와 HP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전날과 이날 연이어 단행된 특검의 압수수색에 의해 빛이 바랬다. 특검은 전날 이건희 회장 집무실과 주요 임직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이날도 삼성전자 등의 사무실이 있는 태평로 그룹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성전자 IR팀이 실적에 주목하고 향후 투자방안에 대한 신경써 달라고 강변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특검의 진행방향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경영권 승계 등 사업 외적 부분들에 신경을 쓰다보니 그룹 차원의 투자확대 방안 등이 제자리를 잡지 못 하는 것도 변수다.

지난해 7월13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났다. 당시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조원 밑으로 떨어지며 5년여 만의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반도체값 급락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우울한 성적표를 내놓은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6.35% 뛰었다. 실적보다 M&A 이슈가 부각됐기 때문. 당시 미국의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삼성전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사내외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전달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아이칸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적대적 M&A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아이칸은 5일여 뒤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인수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삼성전자의 스펠링(철자)도 모른다"고 강조하며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 언급하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는 누군가 잘못된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고 (삼성전자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후 삼성전자는 3 ~ 5일 연속 하락했고 M&A설 제기 이전의 주가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3분기 실적 발표일인 지난해 10월12일에는 실적 외에도 삼성전자 화재의 피해가 어느 정도 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가 당시 전분기 부진을 딛고 3분기 영업이익 2조원대를 회복하는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매출도 16조원을 넘어서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냈다. 삼성전자는 당시 투자도 애초보다 1조원가량 늘린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실적의 전반적인 개선 외에 지난 8월 정전사고를 만회하기 위한 회사의 출하시기 조절 등의 노력도 반영될 결과일 것이라고 실적을 다소 평가절하했고 반도체 경기의 악화 전망속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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