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기술주 랠리, 반등 성공

김유림 기자 2008.01.1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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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실적 예상 상회, 애플·SAP도 호재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IBM의 실적 호재에 힙입어 지난주 급락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IBM 외에 애플의 투자의견이 상향되고 SAP도 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도는 등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국제유가가 4일만에 반등해 정유주도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보다 171.85포인트(1.36%) 오른 1만2778.15로, S&P500지수는 15.23포인트(1.09%) 상승한 1416.25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38.36포인트(1.57%) 급등한 2478.30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1% 넘는 강한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이번주 씨티와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은행의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씨티의 자산 상각 금액이 240억달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장중 한때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하지만 씨티의 투자금 유치가 확실시돼 씨티그룹도 상승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기술주 주도로 4일만에 반등해 모처럼만에 온기가 돌았다.

◇ IBM, 애플, SAP "믿을 건 기술주"

빅 블루 IBM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업 호조로 4분기 매출이 289억달러, 순익은 주당 2.80달러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문가 예상 매출 277억달러와 순익 2.60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다.


IBM은 실적 호재를 발판으로 장중 한때 8%까지 올라 5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IBM은 이번주 목요일인 17일 4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한다.

애플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실적 상향 전망에 3.3% 급등했다. BOA는 올해 애플의 순익이 주당 5.04달러로 전망되며 1분기에는 주당 1.60달러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종전 전망치는 각각 4.87달러, 1.52달러였다. BOA는 애플의 사업 구조가 경기 침체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며 상향 배경을 설명했다.



스캇 크레이크 BOA 애널리스트는 "16일 열리는 애플의 연례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잡스가 아이폰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디지털모바일렌털 서비스 등 새 제품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업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4분기 매출도 유럽 및 아시아 매출 증대에 힘입어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SAP는 4분기 라이선스 매출이 14억1000만유로(21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 매출 13억600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이 기간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변동분을 제외할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다.



전문가들은 기술주들의 실적 호조가 투자은행들의 서브프라임 손실 상각 악재를 어느 정도 상쇄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S&P500 기업 가운데 기술주들의 4분기 순익은 전년비 22%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전체 기업 평균 실적은 1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큐리티글로벌인베스트의 마크 브론조 매니저는 "하방 압력에 놓인 주식 시장에 IBM 소식은 단비와도 같다"고 말했다.

◇ 씨티 자산 상각 240억달러로 확대 전망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에 따른 자산 상각을 240억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CNBC가 보도했다. 씨티는 위기극복을 위해 지분 매각으로 15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BC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씨티의 자산 상각이 240억달러로 늘 전망이며 씨티는 직원 2만명을 감원하고 배당금 축소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NBC는 씨티가 외국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에게 지분을 팔아 150억달러를 조달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주 "씨티가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중국개발은행(CDB)도 20억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전했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쿠웨이트투자청(KIA)이 씨티에 3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쿠웨이트두자청이 메릴린치에도 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전했다.

씨티의 상각 금액 확대가 악재로 반영되는 듯 했지만 투자금 유치가 예상되면서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씨티는 오히려 1.82% 상승세로 마감했다.



◇ 유가 반등, 정유주 강세

국제 유가가 4일만에 반등해 정유주가 상승했다. 달러 약세와 미 동부 지역 한파에 따른 수요 증가 전망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월물은 14일(현지시간) 오전 3시12분 현재 전일 보다 1.58달러(1.7%) 오른 배럴당 94.27달러를 기록했다. 가격은 장중 94.43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달러 가치가 유로 대비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데다 미 동부 지역에 예보된 한파로 이번주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됐다.

다음달 1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 회의를 앞두고 카타르 석유장관이 "OPEC이 증산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밝힌 것도 상승 요인이 됐다.

◇ 美-유럽 금리 역전 전망에 달러 하락



금리 인하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유로 대비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는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1.4915까지 상승해 지난해 11월 23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 환율 1.4967에 바짝 다가섰다.

오후 3시4분 현재는 1.4871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오는 30일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 4%인 유로존 금리는 3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금리를 웃돌게 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주 "성장을 지지하고 경기 하강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실질적인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금 값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2월물 가격은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온스당 915.9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903.40달러를 기록중이다.



◇ 투자은행, 美 증시 등급 상향

크레디트스위스(CS)와 HSBC 등이 이날 동시에 미국 증시에 대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금리 정책에 매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CS는 이날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벤치마크'에서 '5%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럽 주식에 대한 의견은 '벤치마크'에서 '10% 비중축소'로 낮췄다.



CS는 "FRB는 전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경기 부양에 적극적인 거의 유일한 중앙은행"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4.25%인 기준 금리가 올해 상반기까지 최저 3%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유럽 보다는 미국의 통화 운용이 훨씬 느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S는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려는 매파적 움직임이 더 강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유럽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SBC도 미국 증시에 대한 등급을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HSBC는 "미국과 유럽 투자은행들의 서브프라임 손실에 따른 상각 금액이 종전 전망치 1000억달에서 1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하지만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며 악재는 어느 정도 소화된 분위기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신고점을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HSBC는 유럽과 이머징마켓은 모두 '중립'으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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