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계파정치" vs 朴"지켜보겠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1.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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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朴, 강재섭 겨냥 "내가 얘기하면 모욕감 느끼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일촉즉발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오는 4월 총선 공천권을 둔 대립이다. 지난해 경선 이후 벌어지는 '2라운드'인 셈.

특히 원론적 언급으로 박 전 대표의 공세를 피해왔던 이 당선인이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날 박 전 대표가 "모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읽히면서 당 안팎에서는 "갈 데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표도 "할 말은 다했다"며 물러서지 않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공교롭게도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는 이날 점심을 함께 했다. 이 당선인이 중국 정부 특사로 온 왕이 외교부 부부장을 접견하는 자리에 중국 특사로 오는 16일 출국하는 박 전 대표도 함께 한 것. 이 당선인이 애써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노력했지만 공기는 차가웠다는 후문이다.



◇李 "계보 이해 떠나 협력해야" = 이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총선 공천 갈등을 묻는 질문에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문제를 다루게 될 것"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안정적 지지를 받으면 좋겠다" 등의 원론적 답변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감한 문제를 슬쩍 넘어가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이어 발언이 이어졌다. "한편"이란 한마디로 방향을 돌리곤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모든 분야가 변화되길 요구한다. 거기에 정치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속얘기를 꺼냈다.

이어 "한나라당도 국민이 바라는 그러한 방법으로 당에서 공정하게 공천문제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당 공천 과정에서도 반영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사실상 '물갈이 지시'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 당선인은 "개인적 이해나 계보의 이해를 떠나 협력하는 게 좋다"고 말을 마쳤다. 누가봐도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 이 당선인 측근도 "사실상 박 전 대표측이 계파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부인하지 않았다.

◇朴 "할 말 다했다" = 박 전 대표측 분위기도 연일 비판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위시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는 상황.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밀실공천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13일엔 "난 모든 각오가 돼 있다"는 말도 했다.

침묵속 던지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주도해왔던 박 전 대표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 행동. 이를 두고 박 전 대표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올해의 여성상' 수상식에 앞서 "할 얘기는 다했다. 당에서 어떻게 하느냐만 남아있다"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의 언급에 대해 "당연한 말씀"이라면서도 "그런 것은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받아쳤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이 '공천의 중심'으로 지목한 강재섭 대표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이방호 사무총장의 이른바 '40% 물갈이' 발언을 상기시키며 "그런 얘기가 나올 때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다가, 내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모욕감을 느낀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

측근들도 박 전 대표를 호위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박 전대표측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작심한 듯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리 메모를 준비해와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 만큼 조직적 공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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