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버티기 힘들 수도.."돈 빼라"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1.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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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해외펀드 고수익 힘든 상황..역발상 권하기도

미국인들에게 해외증시(특히 이머징마켓)는 미국 내부 악재를 피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피난처였다. 침체로 빠져드는 경기, 기업 실적 둔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집값 하락, 약달러를 피해 실제 많은 미국인들이 해외 증시 투자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 해외증시는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해외증시 투자를 통해 이전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외증시에서 발을 빼려는 이같은 움직임은 장기간 강세장이 지속됨에 따라 이들 이머징마켓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는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주가가 비싸져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



여기에 미국 경제가 더 침체되면 해외 증시도 여기서 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도 힘을 얻고 있다.

TIAA-CREF의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 대표인 빌 리젤은 "해외 투자는 갈수록 고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머징마켓의 장기전망은 밝지만 지난 2년여 기간처럼 단기간에 걸쳐 쉽게 돈을 벌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웨델&리드의 수석운용본부장인 마이클 애브리는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그러나 해외 기업들도 미국 경제가 더 망가지면 현재와 같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신도 해외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쉽지 않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브리는 이에 따라 향후 수개월간 주가 조정에 대비해 독일, 홍콩, 미국 등의 지수선물 매도 계약을 체결해둔 상태다.

미국인들의 해외투자가 크게 인기를 끈 다른 이유는 약달러다. 해외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인 데다 달러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해외투자의 매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209억달러의 자금이 미국내 주식펀드에서 순유출됐다. 반면 해외투자 펀드로는 1237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강한 해외 쏠림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역발상' 전략을 권하기도 했다. 이머징마켓 증시의 모멘텀이 약화됐고 달러화도 하락세를 곧 멈출 수 있다는 근거였다.

손버그 인터내셔널 밸류 펀드의 공동 매니저인 윌리엄 프라이스는 "지난해 해외펀드로 자금이 쏠린 이유중 하나는 미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 랠리에서 별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결과 해외 펀드로의 쏠림이 심화됐고 미국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기업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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