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 첫 공판에서 혐의 전면 부인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1.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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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검찰이 회유 협박…미국인으로서 어이없는 일"

코스닥기업 옵셔널벤처스코리아(OVK)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 전 BBK 대표이사가 14일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사건에 대해 너무도 잘못된 정보가 알려졌다"며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씨, "횡령은 나와 상관 없고, 주가조작은 없었다"= 김씨는 우선 OVK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회사 인수를 위해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했고, 이 과정에서 주식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이게 불법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장내매수를 통한 회사 인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공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나는 외국인이며, 내가 외국에서 설립한 회사는 외국 회사가 된다. 미국에서는 페이퍼컴퍼니일지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더군다나 나는 이같은 투자 유치 사실을 광고하거나 홍보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횡령 혐의는 "미국 법원에서 이미 사기와 횡령 등이 없었다는 최종 판결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도 "공소 사실에 나오는 OVK 횡령 금액 319억원 중 상당 부분은 김백준씨 등이 주도해 BBK 투자자들에게 상당 부분을 상당 부분을 반환해 김경준씨와는 상관 없고, 나머지는 주식 거래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위조 여권과 법인설립 인가서 등을 위조하고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OVK 직원 이모씨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위조한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보석 허가해주면 검찰 회유·협박 더 알리겠다" = 김씨는 또 장시간을 들여 검찰의 '회유 협박'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김씨는 "회유·협박 때문에 검찰은 특검팀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곧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며 "지금 검찰은 지속적으로 나와 변호인을 소환해 자신들이 받는 회유와 협박을 조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지위를 이용해 자기 혐의를 방어하기 위해 언론과 나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벌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고, 누나나 처와 연락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미국사람으로서 참 어이없는 일"리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재판부에서 보석을 허가해 주면 검찰의 회유 협박 사실을 더 알리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검찰, 김씨 무죄 주장 재반박 = 검찰은 김씨의 무죄 주장을 재반박했다.



검찰은 "김씨는 검찰 수사에서는 OVK 자금을 투자금 반환에 일부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꿨다"며 "OVK와 BBK는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OVK 돈으로 BBK 투자금을 반환하는 것은 횡령죄가 된다"고 밝혔다.

또 "주식 매매에 사용한 자금도 외국 계좌에 일시 입금했다 자신이나 에리카 김의 계좌로 빼돌려진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주식계좌 분석 결과 명백히 시세조종을 위한 주문이었으며, 당시 OVK 직원들은 피고인의 지시로 시세조종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시내용은 유상증자 자금을 OVK 운영에 쓴다는 것이지만, 대부분 투자금 반환에 사용됐기 때문에 허위 사실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사문서 위조 등에 대해서도 "당시 문서 위조를 담당해 징역1년을 복역한 직원 이씨가 김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작업 지시 이메일 등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종 전 의원, "이 사건은 LKe뱅크그룹 사건" = 한편 이날 법정에는 박찬종 전 의원이 김씨의 변호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의원은 "이 사건이 BBK 사건이라고 알려진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LKe그룹 사건이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LKe뱅크와 EBK, BBK, OVK라는 4개의 주식회사가 병립해 존재한다고 오해를 받는데 실질적으로는 LKe뱅크라는 하나의 회사다"며 "투자금 600억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유치를 주도했고, 김경준씨 단독 행위로 단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 측 변호인으로는 박 전 의원 외에도 김정술 변호사와 홍선식 변호사가 나왔으며, 검찰에서는 수사팀 변호사 5명이 출석했다.



김씨는 구치소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은 채 법정에 나왔다. 노타이 와이셔츠에 짙은 갈색 양복 차림이었다. 김씨의 진술 편의를 위해 통역이 나왔지만, 김씨는 특정 단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가끔 물었을 뿐 대부분 통역없이 한국어로 진술했다.

공판 법정에는 또 김씨의 모친과 장모 등이 나왔으며, 이들은 김씨가 자신이 살아온 과정 등을 진술할 때 감회에 젖은 듯 흐느끼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2월4일 오전 10시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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