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계보정치"vs朴"각오돼있다" '2라운드' 격돌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8.01.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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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일촉즉발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오는 4월 총선 공천권을 둔 대립이다. 지난해 경선 이후 벌어지는 '2라운드'인 셈.

특히 원론적 언급으로 박 전 대표의 공세를 피해왔던 이 당선인이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날 박 전 대표가 "모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읽히면서 당 안팎에서는 "갈 데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총선 공천 갈등을 묻는 질문에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문제를 다루게 될 것"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안정적 지지를 받으면 좋겠다" 등의 원론적 답변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감한 문제를 슬쩍 넘어가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이어 발언이 이어졌다. "한편"이란 한마디로 방향을 돌리곤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모든 분야가 변화되길 요구한다. 거기에 정치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속얘기를 꺼냈다.

이어 "한나라당도 국민이 바라는 그러한 방법으로 당에서 공정하게 공천문제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당 공천 과정에서도 반영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사실상 '물갈이 지시'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 당선인은 "개인적 이해나 계보의 이해를 떠나 협력하는 게 좋다"고 말을 마쳤다. 누가봐도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 이 당선인 측근도 "사실상 박 전 대표측이 계파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부인하지 않았다.


박 전대표측 분위기도 심상찮다. 연일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박 전 대표를 위시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는 상황.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밀실공천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13일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전날 지난 경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당협위원장 5명과 15분 정도 만난 자리에서 "난 모든 각오가 돼 있다"면서 "박근혜와 가깝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묵속 던지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주도해왔던 박 전 대표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 행동. 이를 두고 박 전 대표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측근들도 박 전 대표를 호위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 전대표측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작심한 듯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리 메모를 준비해와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 만큼 조직적 공세로 풀이된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말문을 연 김 최고위원은 "주변의 철없는 사람들이 마치 자기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여러 설들을 늘어놓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언론에는 최고위원 3명과 중진의원을 포함한 살생부 명단이 등장했다"고 격노했다.

이어 "사심에 가득찬 일부 인사들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일찍부터 당권경쟁에 뛰어들면서 이 문제가 시작됐다"며 "권력 주변에는 항상 가벼운 사람들이 기생하면서 권력을 향유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한차례 내홍이 불어닥쳤을 때 이 당선인이 박 전 대표를 향해 "국정동반자 정치파트너"라고 한 것을 거듭 상기시키며 "그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넘겨받자 참석한 최고위원들의 얼굴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이 계속되자 이 사무총장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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