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첫 압수수색 왜 수뇌부 자택인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1.14 11:43
글자크기

자료확보 실효성, 그룹활동 지장 최소화 하기 위한 선택일 수도...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삼성특검팀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 겸 귀빈 접견 장소인 한남동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자택을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선택,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최고 책임자들의 사적 공간을 가장 먼저 압수수색한 것이다.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해 11월30일 삼성증권 등에 대한 검찰 특별본부의 압수수색 이후 40여일 만으로 특검은 이날 오전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

특검팀이 승지원 등을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은 것은 우선 자료 확보의 실효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측이 특검 수사를 대비해 온 만큼 그룹차원의 압수수색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삼성증권 등에 대한 특본의 압수수색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수사팀은 첫 압수수색 대상지로 지목돼 온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대신 삼성증권을 택했고 이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상당수 확보할 수 있었다.

특검팀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수뇌부들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 의외의 성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상 필요한 중요 자료가 회사 차원이 아닌 그룹 책임자들에 의해 은폐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수사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하라는 최근의 기조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친기업 정서로 대변되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 그룹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번 사건을 최초 폭로한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검은 지난 13일 오후 김 전 팀장을 2번째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 출범 4일만에 김 변호사만 2번 부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을 선별, 특정해 특검측에 제시했으며, 지난 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특검이 반드시 수사해야 할 사항' 등을 정리한 A4용지 7장 분량의 수사 참고자료도 제출했다.



따라서 김 변호사가 특검팀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통해 압수수색 대상지가 결정됐을수도 있지만 비공식적 의견 교환을 통해 결정됐다는 짐작도 가능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