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부세상, 이면엔 ‘모금 전쟁’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8.01.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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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균 13%대 모금 증가 불구, 모금전략 따라 빈익빈부익부 심화

지난해 주요 자선기관의 기부금 모금규모가 전년도보다 13%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구세군 자선냄비가 국내 활동 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모금기간을 연장하는 등 기관별로 큰 차이가 드러났다.

머니투데이가 13일 주요모금기관의 지난해 모금규모를 집계한 결과 2006년보다 12.8% 증가한 4464억30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506억1000여만원이 늘었다.



구세군,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름다운재단,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등 2007년 잠정결산치가 나온 주요 모금기관 6곳을 집계한 결과다. 굿네이버스, 기아대책은 아직 지난해 결산이 나오지 않았다.

기관별로는 아름다운재단의 모금 증가세가 가장 컸다. 2006년 100억4000여만원을 모았던 아름다운재단은 지난해 130억여원을 모금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증가율은 29.5%.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역시 평균치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모금규모는 2541억여원으로, 2006년보다 16.7% 늘어났다. 모금증가세가 큰 두 기관은 모금방식과 모금처가 다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거리모금이나 지로용지 등 전통적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기관의 모금증가세는 주요기관 평균에 못 미쳤다. 6대 모금기관 중 구세군과 대한적십자사의 2007년 모금 증가율은 각각 1.6%, 2.3%에 그쳤다.

양용희 엔씨스콤 대표(호서대 교수)는 "거리모금뿐 아니라 방송사 ARS 모금 규모 역시 감소세"라며 "90년대 중반엔 일 평균 1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최근엔 2억원대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불특정다수에 대한 모금캠페인의 효과가 약해졌다는 뜻이다.


양 대표는 "이젠 모금도 마케팅"이라며 "배분 전문성, 네트워크, 모금전략이 좋은 모금기관에 돈이 몰리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금기관들은 "본격적인 모금 전쟁이 시작됐다"며 긴장하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기업들이 고객 만족 경영을 표방하듯 '후원자 만족 모금'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요셉 기아대책 홍보사업본부장은 "지난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가 국내 활동 후 처음으로 모금기간 안에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한 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후원결과 등 구체적인 '피드백'을 원하는 후원자들이 증가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부문화 변화를 반영해 2006년부터 결과 보고를 강화하고 있다"며 "기아대책 내 후원자 만족팀, 후원개발팀 인원 역시 2006년 4명에서 현재 10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정수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과거에 거리모금에 참여하던 기부자들이 온정적, 즉흥적이었다면 최근 기부자들은 이성적, 정기적"이라며 "소액을 기부하더라도 내가 낸 돈이 우리 사회 누구한테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양용희 대표는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기관은 모금보다는 배분 즉 사업 전문성을 높여 모금을 잘하는 대형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배분 받는 전략을 쓰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료 : 구세군,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름다운재단,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종합. 8대 모금기관 중 굿네이버스, 기아대책은 2007년 모금규모를 집계중이라 제외.자료 : 구세군,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름다운재단,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종합. 8대 모금기관 중 굿네이버스, 기아대책은 2007년 모금규모를 집계중이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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