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0억달러 글로벌본드 성공 의미

더벨 황은재 기자 2008.01.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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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관심 확인, 발행 시기는 아쉬움 '한 주만 빨랐어도'

산업은행의 글로벌본드 발행 성공으로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외화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였다. 발행규모에 세배가 넘는 청약규모는 추가 외화조달 가능성을 열었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성공할 경우 막혔던 외화유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발행 과정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민영화 계획 발표 등으로 산은의 발행 금리가 예상보다 크게 오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발행 한주만 빨랐어도'..美 고용 쇼크+민영화 발표



산업은행은 지난 10일(뉴욕 현지시간) 5년만기 10억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10월말 서브프라임 부실 쇼크가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한 후 위축됐던 외화채권 발행 재개를 알렸다.

발행 과정은 자갈밭이었다. 발행 전주, 미국의 12월 고용이 쇼크 수준으로 발표돼 서브프라임 부실 우려가 재부각 됐고 가산금리도 상승했다. 12월말 0.65%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산은의 5년만기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 10일 0.76%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산은 민영화 발표도 발목을 잡았다. 민영화 발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추가 금리를 요구했다. 그간 국제금융시장에서 인정받던 국책은행 프리미엄이 희석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발행금리는 발행 계획 당시보다 0.45%포인트 높은 '라이보(Libor)+ 1.45%'로 결정됐다.민영화 발표로 발행일자도 하루 연기했다.


국내은행 외화자금조달 담당자는 “민영화는 지배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기업가치 변화에 따른 채권 상환이나 추가 단서 조항을 달아야 하고 금리도 높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산은이 민영화될 경우 신용등급 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민영화 방안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사항들이 결정되고 일정이 확정되면 신용등급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북적북적'.."조달길 봤다"

발행금리 수준보다 기업들이 더 관심있게 지켜 본 것은 청약규모였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해외채권 발행이 과연 소화될지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우려는 사라졌다. 발행 예정액의 3배가 넘는 30억달러가 몰렸고 기관수도 120 곳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50%, 아시아가 30%, 유럽이 20%로 이상적인 조합을 이뤘다. 지난해 2월 발행한 3년만기 채권에는 2.7배보다도 많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보면 여전히 매수자 중심의 시장이지만 30억달러 청약규모는 앞으로 한국계 기업의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수치"라며 "금리를 조금 더 올려주면 외화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내은행의 외화조달 만기 도래액이 140억달러에 달해 금리보다도 자금 조달 가능 여부가 더 우선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투자자들이 한국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 조달비용이 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커졌다.



국제금융시장, 곳곳이 암초.."사모채+론 추진" 권고

산은은 그러나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중순이 씨티,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은행의 실적발표, 모기지 대출의 금리 재조정 등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KCIF)도 글로벌 신용경색 및 경기둔화 우려가 하반기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은행의 2007년 실적이 부진할 경우 상반기 해외 자금 조달 시장은 다시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KCIF는 공모 외화채권 발행 위축에 대비해 사모채권 발행과 론을 통한 조달 여건 정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또 서브프라임 부실로 유럽계 은행의 투자가 위축된 만큼 미국계 뮤추얼 펀드, 연기금, 보험사의 투자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CIF는 "글로벌 신용위험이 지속될 경우 공모발행보다는 사모방식에 주력하고 채권발행보다는 클럽딜, 양자간 대출 형식에 의한 론 등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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