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통령 당선인은 돈에 대해 더 깐깐해져야 할지 모른다. 새 정부 내내 돈과 씨름해야 할 일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우선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한결 같이 돈을 끌어들이거나 덜 쓰는 일과 관련이 깊다. 재정 적자 축소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서민경제 살리기가 그것이다.
다행히도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 사장 출신이다. 씀씀이에서는 돈줄을 죄고 벌이에서는 돈줄을 여는 데 능하다. 경제의 미시적 측면을 관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에서도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미국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결과가 또 드러나면, 우리 증시와 금융시장에서 돈이 씨가 마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돈을 풀든지 금리를 낮춰야 된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그렇잖아도 불안한 부동산 경기에 불을 지펴놓을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는 돈의 운용과 관련한 철학을 나라 안팎에 제시해야 한다. 1980년대까지 개발 연대의 우리 경제 성장 전략을 돈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한 마디로 돈을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특정 근육을 키우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셈이었다. 특혜 논란과 부동산 값 폭등 같은 부작용이 따랐지만 그보다는 당장의 가시적 효과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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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환위기 이후 10년은 돈을 무작정 푸는 방식이었다. 우선 환자가 회복돼야 한다며 링거액을 끝도 없이 쏟아 부은 격이었다. 이런 과거 개발 혹은 개혁 방식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예에서 전범을 찾기도 쉽지 않다. 당장 보수정권 출범으로 경제적 보수주의가 각광받고 있기는 하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정부나 미국의 레이건정부가 취한 신자유주의적인 접근법이다.
이는 돈의 관점으로 보면 전통적인 통화주의로의 회귀다. 일정한 속도로 돈을 방출하기만 하고 나머지는 놔두면 된다는 입장이다. 간간이 보약만 먹이면 환자가 알아서 건강을 회복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나라 안팎의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이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발상이다.
우리나 선진국의 과거가 해법이 아니다. 더욱이 단순히 돈을 아껴 쓰거나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돈이 막히지 않도록 하면서 꼭 필요한 곳으로 흐르게 신중하게 유도해야 한다. 마치 지갑이 텅 비지 않도록 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에는 돈을 써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고민처럼 새 정부 역시 돈과 씨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