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아직 권한 안넘겼다" 대교협에 일침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10 10:21
글자크기

본고사 '죽었다 살았다' 여러 번..."인수위 통제력 잃었다" 비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연일 교육정책 관련 해명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대학별 시험 자율시행을 발표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현 시점에서의 논의는 구속력이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설익은 교육기사 남발로 인수위도 곤혹스러운 눈치지만,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못해 분노의 기색마저 보이고 있다.



인수위는 9일 밤 '대교협의 대학별 시험 자율적 시행 논의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의 '사실상 본고사 부활' 보도가 인수위측 견해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대교협과 전국입학처장협의회는 회의를 열고 인수위의 대학자율화 방침에 동의의 뜻을 표하며 "논술 등 대학별 시험을 자율적으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발표,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대학협의체에 이양하기로 정책의 방향은 밝혔지만 그 구체적 추진 일정과 세부 이양 방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현 시점의 대교협 논의는 구속력도 없고, 인수위의 입장도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인수위는 "대학입시 관련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추진 과제"라며 "정책 변경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관련 당사자인 일선 고교와 학부모, 대학 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보다 구체적인 방침을 확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성과 책무성이 병행돼야 하는 조치이므로 향후 인수위는 대교협을 비롯해 학부모, 입학처장 등과의 간담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보다 책임성 있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인수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한 고교 담임교사는 "아이들이 수능등급제가 올해 당장 폐지된다는 기사를 보고 수군수군거리더라"며 "아직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으니 일단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얘기했지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특종경쟁 때문인지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며 "기사 하나, 말 한 마디에 교실이 들썩거릴 수 있다는 점도 좀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 역시 "본고사가 하루에도 여러 번 죽었다 살아났다 하던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요즘은 자고나면 입시제도가 바뀌는 것 같은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먼저 아는 것보다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설익은 정책이 난무하는데 대해 인수위의 책임도 지적되고 있다.

대입 입시기관 한 관계자는 "한국의 교육시장은 길들여지지 않은 말과 같다"며 "교육부가 강하게 고삐를 죄었을 때도 매우 다루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예 고삐를 풀어놓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