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줄' 없이도 조직에서 대우받는 방법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1.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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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박승복 샘표식품 회장(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

- 제3회 한국CEO그랑프리, '공로상' 수상
- 은행원, 관료 거쳐 우리나라 대표 장류기업 일궈
- 외환위기 이후 상장사협회장 이끌며 투명경영 정착에 기여


↑ⓒ사진=김병관 기자↑ⓒ사진=김병관 기자


어떤 사람이 성공할까. 헨리 포드는 이 질문에 대해 "자기 직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보람을 찾는 사람은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답했다.



어떤 위치에서든 맡겨진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파고 들면, 결국엔 자신의 조직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리더'가 된다.

지난 11월29일 열린 제3회 한국CEO그랑프리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박승복(86·사진) 샘표식품 회장(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 그가 바로 그런 리더이다.




# 은행원과 공무원

박 회장의 출발은 은행이었다. 산업은행 업무과장, 투자부 차장, 총재석 부장대우 등을 지내며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대'를 뒷받침하는 일을 했다. 그는 꼼꼼한 일처리와 추진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 최초로 공직에 진출한 은행원이 됐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 "제가 은행 대리 시절었습니다. 관상쟁이가 가끔 가방을 메고 은행을 찾아와 돌아다녔습니다. 전 평소 점을 좋아하지 않아 관심이 별로 없었죠. 그런데 먼저 관상을 본 동료들이 제게도 한번 보라고 하도 강권해 관상쟁이 앞에 앉게 됐습니다."


관상쟁이가 그의 관상과 사주를 보더니 내뱉은 첫 마디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야"였다. "제가 공무원이 된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총리는 못 돼'라고 하더군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은행에서 공무원으로 가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당연히 믿기질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진짜 제 운명을 점쳐준 것이었어요. 결국 정부와 은행 사이를 3번이나 들락날락하게 됐죠."

재무부(현 재정경제부) 총무과장으로 파견을 나갔다가 이후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을 거쳐 초대 행정조정실장(현 국무조정실장)이 됐다. 그는 10년간 3명의 총리를 모시고 일했다.



"이북에서 피난을 온 지라, 전 '연줄'이 전혀 없었어요. 총리가 교체될 때마다 당연히 사표를 냈는데 저만 반려가 됐습니다. 전 일부러 인맥을 만들려고 해 본적이 없습니다. 자기 일에 충실하면 전문가가 되고 대우를 받게 되면서 쫓겨나지 않게 됩니다. 자연스레 아는 사람도 많아지게 되고요."

그는 공직 생활동안 최초의 국가홍보화보 발간, 기념 금·은화 제작, 소양강댐 건설, 주민등록번호 제정, 용인민속촌 건립, 타자기 자판 통일 등 많은 일을 해냈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김종필 전 총리입니다. 그 분은 제게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려준 분입니다. 일단 일을 주면 간섭하지 않고 믿고 맏기되, 늘 관심을 가지면서 제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

# 55세의 새 출발



1976년 선친이 돌아가시자 장자였던 그가 가업을 이어 받게 됐다. 새로운 일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도 같았다. "결국 마찬가지에요. 맡겨진 일에 충실하면 됩니다. 자기 직분에 충실하면 저절로 노력하게 됩니다. 창의력도 자연스레 생기게 되고요."

↑ⓒ사진=김병관 기자↑ⓒ사진=김병관 기자
그는 사업을 맡자 생산 현장을 매일 순회했다. 직원들과 면담을 하며 문제점을 발견했고, 즉시 교육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점심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했다.



일부 영세업체가 불량원료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직접 TV광고에 출연해 "우리 공장에 와 보세요. 샘표는 안심하고 드십시오"라며 소비자를 설득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최장수 상표인 '샘표'는 50년간 이어져 온 '간장의 대명사'다. 샘표식품은 간장 생산량 국내 1위, 세계 3위의 튼튼한 기업 내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중견기업인 회사를 좀 더 키워내지 못한 아쉬움이 박 회장에겐 없을까.

"그런 건 전혀 없어요. 떡값 같은 것 돌리지 않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회사를 경영해 온 것으로 만족합니다. 전 지금도 법인카드를 안 씁니다. 경영자라 월급을 많이 받으니까요.물론 기업경영은 열심히 해야겠지만 오히려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도 안됩니다. 외환위기때 덩치 큰 많은 재벌기업들이 쓰러진 것도 결국 욕심을 부리다 그렇게 된 것이지요."



# 대외활동

그는 원로 기업인으로서 대외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어른으로서 원만한 인품과 깔끔한 일처리로 한국식품공업협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이하 상장협) 등 여러 경제단체를 10년 이상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투명 경영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올해도 그는 상장협을 통해 자본시장통합법 실시 등을 앞두고 국제회계기준 도입, 공시제도 및 법인 세제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가운데 한 부분이라도 비거나 모자라는 것이 있다면 모두가 나빠지게 됩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구성원 전체가 대오각성해 미래의 발전을 향한 의욕을 고취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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