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반한 정몽구-정찬용 '파격 인사'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8.01.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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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키워달라" 현대차 사장급 제안에 조건없이 "OK"

↑ 정찬용 전 인사수석   ↑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찬용 전 인사수석   ↑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인재가 중요합니다. 인재를 키워주세요" 정몽구 회장은 단 두 마디로 부탁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조건없이 "좋습니다"라고 응답했다.

현대차그룹은 9일 정 전 수석을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장(사장급)으로 영입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여러 모로 파격적인 인사다. 경제수석 출신도 아닌 평생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인사수석 출신 인사를 사장급으로 영입한 것이 우선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그에게 현대차그룹을 떠받칠 대들보, 즉 인재를 육성해달라고 부탁했다. 정 전수석의 사람 보는 눈, 사람을 키울 수 있는 자질에 조건없는 믿음을 보인 셈이다.

정 전 수석이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실세 수석 출신이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제의에 정 전 수석이 거침없이 "좋다"고 응답한 것도 흥미롭다. 인재를 육성해달라며 정 회장이 내민 손을 흔쾌히 잡았다. 정 전 수석은 다음날 바로 출근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서로 반했다"고밖에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다.

정몽구 회장과 정찬용 원장은 여수엑스포를 인연으로 만났다.

정 원장은 지난 2005년 청와대 인사수석에서 물러난 뒤 외교통상부 비정부기구 담당 대사와 서남해안포럼 상임대표로 일했다. 서남해안포럼 대표로 일하면서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게 됐다.


정몽구 회장이 엑스포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정 회장과 정 원장은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한 해외 출장을 자주 동행했다.

정 원장은 당시 정 회장의 열정에 탄복했다고 한다. 밤 11시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자는 사람을 깨워 가며 회의를 하고 전략을 짜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단다.



정 원장은 "정 회장이 명예위원장이었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줄 몰랐다"며 "뛰어난 열정과 주변에서 제시한 의견 중 옳은 의견을 선택하는 선구안에 계속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정 회장이 아니었으면 여수엑스포 유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회장은 정 원장의 합리성과 인재를 보는 눈에 감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엑스포 출장을 다니며 함께 대화하고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정 원장에게 큰 믿음을 갖게 됐다"며 "인재 개발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이 문제를 믿고 맡길 분으로 정 원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여수 엑스포를 마친 뒤 현대차그룹은 정 원장에게 인재개발원장 직에 대해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다 지난 7일 정몽구 회장이 정 원장을 직접 만나 "사람이 점점 더 중요합니다. 정 부위원장이 그 일을 맡으면 어떻습니까"고 인재개발원장 자리를 전격 제안했다. 정 부위원장은 그자리에서 수락 의사를 밝혔고 9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정 원장은 "그동안 인재육성에 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현대차가 부탁한 일도 그런 일이어서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며 "전혀 고민하지도 않고 이렇게 좋은 일이라면 해야겠다며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1950년생으로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경남 거창고등학교 교사, 광주YMCA, 전남 한빛고등학교 창립 등 활동을 했으며 참여정부 초대 인사수석을 역임했다.

정 원장은 "현대차그룹이 좋은사람을 뽑고, 지금 와있는 좋은 사람들의 역량은 120%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며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인재 양성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 이를 적용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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