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 "계산해 말하면 도움 안돼"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오상헌 기자, 권화순 기자 2008.01.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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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 간담회 이모저모.."물 98도 되면 정부 들어와"

9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당선인은 기탄없이 이야기를 해줄 것을 주문했고, 금융기관 CEO들도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후 2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예정시간을 40분 가량 초과해 4시를 넘겨 끝났다.

◇당선인 "이분 모르면 자격없다"= 이 당선인 도착 후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금융계 대표로 인삿말을 하고 참석자들을 소개했다. 라 회장이 일어서서 인삿말을 하려하자 이 당선인은 "앉아서 합시다"며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지방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이화언 대구은행장에게는 "대구 경기는 괜찮은지"라고 묻기도 했다. 라 회장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소개할 때, "제일 잘 나가시는 박현주 회장님"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인은 참석자들 앞에 놓인 명찰표를 보고 "얼굴만 봐도 다 알만한 분이죠, 굳이 명찰표를 세워 둘 필요가 있습니까. 이분들 모르면 이쪽(인수위 쪽)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라며 CEO를 배려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한마디 = 참석한 CEO들은 대부분 이 당선인의 금융에 대한 관심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금융인들도 하고 싶은 얘기들을 거침없이 했고, 당선인도 마음을 열고 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도 "당선자의 금융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반겼다. 한 참석자는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시간이 상당히 초과돼 끝났다"며 "이 당선인의 금융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모두에 "오늘은 기탄없는 얘기 해주면 도움 될 것"이라며 "말할때 여러가지 계산하면 도움 안된다"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부 규제에 대해 솔직한 지적들이 잇따랐다.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은 "물이 100도가 돼야 수증기가 만들어지는데 98도만 되면 정부가 들어온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정부는 참아야 한다"며 과감한 규제완화를 건의했다. 이 당선인은 "법을 바꿀 것은 바꾸고 여러 규제를 없앨 것은 없애고 하는 적극적 자세를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황영기 인수위 자문위원은 간담회 후 "오늘 아주 허심탄회하고 유익한 대화가 오갔다"며 "CEO들이 금융규제 문제를 얘기했고 당선인은 금융규제를 푼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 40분 일찍 도착 = 참석한 CEO 중 최연장자인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금융계 대표로 이 당선인을 영접했다. 라 회장은 간담회 장소인 명동 은행회관 1층 로비 밖까지 나가 이 당선인을 맞았고, 강만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위원과 함께 14층 회의실까지 이 당선인과 동행했다. 라 회장은 이후 간담회 사회와 당선인 환송까지 담당했다.

간담회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라응찬 회장, 박해춘 우리은행장 등도 간담회 예정시간(오후 2시) 보다 40분 가량 앞서 입장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가장 늦은 오후 1시40분을 넘어 입장을 마쳤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당선자와의 첫 만남임을 의식한 듯 대부분 말을 아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무슨 이야기 하실거냐는 질문에 "일단 말씀을 많이 들어야겠다"고 했고,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도 "가 봐서 얘기를 들어보고 말을 해야지.."라며 서둘러 입장했다.

한편 금융계에선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박해춘 우리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수창 삼성생명사장, 김성태 대우증권사장, 배호원 삼성증권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인수위측에선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과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 이한구 한나라 정책위의장, 사공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 김애실 한나라당 제3정조 위원장, 맹형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간사,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 최경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 황영기 자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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