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대학별 고사' 올해부터 실시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8.01.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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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질 논술'대비한 사교육 시장 수요 증가 우려도

이르면 2009학년도부터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대학별 통합형 논술고사가 실시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는 9일 오전 고려대와 건국대, 경희대, 서강대와 성균관대 등 전국 18개 대학 입학처장들과 조찬 모임을 갖고 대학별로 자율적인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새 정부 방침대로 대학입시 권한이 대교협에 이양되면 ‘논술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2009학년도~2010학년도 내 대학별 고사 추진될 듯

'논술 가이드라인'은 교육부가 지난 2005년부터 대학별 논술시험 출제에서 단답형 금지, 특정 교과 지식 측정 금지, 영어 지문 금지 등의 제한을 둔 것으로, 손병두 차기 대교협 회장은 당선 일성으로 "논술 가이드라인부터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9학년도 입시기본 계획은 기존의 큰 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영수 중심이 아닌 고교과정 범위 내의 통합교과적 대학별고사를 모색해 2009학년도, 또는 2010학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고려대와 서강대, 한양대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 또한 2009학년도부터 대학 자율로 논술고사를 실시하겠다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인수위 측은 “향후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내달 초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 이전에 세부방침이 정해질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와 관련된 권한이 조만간 교육부에서 대교협으로 이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교협의 공식 입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학들의 논술 다양화 움직임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어려워질 논술... 일선 교사와의 협력 필수적

학원가에서는 대교협 방안이 현실화되면 기존의 논술고사보다 심화된 형태의 논술문제가 출제되고 그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의 논술고사에 대한 부담이 지금보다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박경수 이투스 논술 강사는 "문제 유형에 대한 제한없이 논술이 본고사를 대체하는 형태로 간다면 상위권 대학들의 논술 시험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영어 지문이나 수학 공식, 과학 이론 같은 것들을 접목한 논술로 훨씬 복잡화, 다양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병화 비타에듀 이사 또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을 때 3년 정도의 안착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 기간에는 학교선생님들보다 학원 선생님들의 적응이 빨라 단기적으로 논술 사교육 시장은 지금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이사는 "고등학교 과정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아직 판이 다 짜여지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교육현장의 문제이기도 한 대학입시 문제를 지나치게 대학 위주로 개선하려 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도의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대학이 요구하는 바와 고등학교가 추구하고, 할 수 있는 바는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우려는 일선 고교에서도 제기된다.

임병욱 인창고등학교 교사는 “제도 입안 단계에서는 대교협이 서울시 교육청의 논술교사 지도단 교사 등 외부 교사 인력들과 상설채널을 마련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실시된다면 적어도 6개월 전부터 수차례 모의평가를 실시하고 교사 대상의 워크숍을 열어 공교육과 대학별 논술 고사가 공고한 유기적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완용 입학처장은 "대학이 입시전형에서 논술 등을 실시할 때 고교교육의 내용을 감안해서 하겠다는 원론적인 부분에 합의했다"며 "각 대학들이 대학-고교 연계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고 논술 출제시 고교 교과서의 지문을 대폭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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