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건강보험 체계 '대수술' 예고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1.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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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정책 폐기하고 효율성 강조-지출구조 합리화 주력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전면 '수술'에 나선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통해 "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를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질타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조만간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건강보험 구조 개편 논의에 착수키로 했다. 특위에 가입자·공급자 단체는 배제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좌파정권의 건강보험 정책이 효율성은 도외시한채 퍼주기식 보장 확대에만 매몰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했는데 이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설계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빨간불'=인수위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 상태를 파산 직전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건강보험 누적수지는 8951억원이지만 하루 평균 1000억원이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9일치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또 의료기관의 건보 급여비 청구부터 지급까지 45~56일이 걸리는 점에 비춰 잠재부채액이 최대 5조원에 달한다는게 인수위의 분석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다가는 제2의 건보 재정파탄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인수위 인사는 "만약 전염병이라도 창궐한다면 건보 재정은 순식간에 바닥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건보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5년부터 암 등 중증질환에 보장성 확대정책이 추진되면서 2005년 1조1788억원 흑자에서 2006년에는 747억원 적자가 나더니 지난해는 적자규모가 2847억원으로 커졌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포퓰리즘 및 '주먹구구식' 건보 정책이 이어진데 따른 결과라고 비판해 왔다. 꼼꼼하고 세밀한 재정추계 분석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입원환자 식대 보험 적용과 영유아 입원비 건보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복지부는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며 정책을 시행했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부담이 커지자 시행 1년6개월만에 보험적용 비율을 축소했다. 스스로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담뱃값 인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에도 담뱃값 인상을 전제로 예산을 짜는 해프닝도 빚어왔다.

◇어떻게 바뀌나=인수위측은 "건강보험 30년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인수위는 급격한 건강보험료 인상을 필요로 하는 정책은 배제하는 대신 건보 지출구조를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효율화시킬 방침이다. 효율성은 무시한채 무조건적인 '퍼주기식'의 정책은 폐기하겠다는 뜻으로, 기존 보장성 확대 정책의 일대 구조조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또 그동안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억제정책을 펴왔던 민영 건강보험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간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건강보험 영역에서 벗어난 영리병원 설립 논의도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속화될 공산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총액예산제 및 포괄수가제 도입, 보험료 차등인상, 경제성장률과 보험료 인상률을 연동시키는 건보재정 자동안정시스템 구축 등도 추진될 것으로 예견된다.

인수위는 올 상반기 중으로 건강보험 개혁 방안을 마련한뒤 하반기부터 법 개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인수위 참여 인사는 "노인 진료비가 급격히 급증하는 등 재정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긴급 처방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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