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수위 업무보고, 무엇을 남겼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1.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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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각 부처 업무보고 청취가 8일 끝났다. 지난 2일 시작한 지 정확히 1주일만이다.

말 그대로 '초고속'이었다. 휴일도 없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너무 서두른다" "성급하다" 등의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인수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서두르는 것과 속도를 내는 것은 다르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인수위가 '속도전'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시간 동안 10년만의 '정권 교체'를 체감할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특히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MB노믹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워밍업을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집권 초기 개혁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면서 "정권 출범후 곧장 시동을 걸기 위해선 동계훈련(인수위 활동)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도는 일단 '성공했다'는 게 인수위 내부 평가다. 무엇보다 정책 변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경제, 교육, 국방 등 전 분야에서 그랬다.

'MB노믹스'를 알렸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논란이 되긴 했지만 휴대폰 요금 인하, 신용불량자 사면 등의 정책을 전면에 내걸며 '민생 경제 올인'이라는 상징성을 챙겼다.

또 'MB노믹스'의 핵심인 '친기업(Business Friendly)' 이미지를 확실히 한 것도 성과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기업 세무조사 축소 등 일련의 정책도 '친기업'의 연장선상에 배치됐다.


실무적으로는 새 정부에서 함께 뛸 선수들과의 손발 맞추기가 병행됐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각 부처는 새 정부의 정책을 수행할 손과 발"이라며 "이 손과 발이 잘 움직이는지, 새로운 머리의 지시가 전달되는 지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만족스런 눈치다. 관료 사회가 MB 코드로 맞추는 데 노력한 덕분이다. 실제 일부 부처는 이전 정책과 정반대의 '답안지'를 제출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인수위의 지나친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설익은 정책이 쏟아지면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도 마찬가지. '의견 수렴'보단 '빠른 추진'에 방점을 찍는 데 대한 걱정도 크다. 일각에선 "의욕이 과욕으로 바뀌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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