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전, 골드만삭스에 불리한 룰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1.09 11:12
글자크기

[대한통운/딜스토리] 59.8%의 전략적 의미③

이 기사는 01월08일(16: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법원의 증자안은 인수자의 추가지분 매입 교섭력을 높이는 데에도 유효하다.



법원이 대한통운 (93,400원 ▼1,300 -1.37%)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가장 유효한 방법은 증자비율을 200%로 높이는 것. 인수자가 매입 당시부터 지분율을 67%(의결권 3분의 2 이상) 이상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67%의 지분(3248만주)을 확보하는 데 최소 3조1603억원이라는 막대한 인수자금이 소요된다.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후보난립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규모다.



법원은 50~67%의 지분율 중 중간지점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 결과 도출된 150% 증자안은 인수자가 59.8%를 확보하면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케 한다.

먼저 3대 구주주 중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STX와 금호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양사는 모두 대한통운 최종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전략적 투자자. 두 기업 중에서 인수자가 나올 경우 인수자의 지분율 59.8%에 기존 지분율(증자 후 STX 5.88%, 금호 5.59%)을 더하면 67%에 근접한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드는 노력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두 기업에 경영권 확보 의지를 부여한다.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분쟁보다는 우선 경영권 확보 노력을 하는 계기가 만들어 졌다. 실제로 드러난 언급과 달리 보유 지분 매각과 인수전 참여 사이에서 고민하던 양사는 나란히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쳤다. 두 기업 중 인수자가 나오면 한쪽의 지분은 골드만 보다는 인수자 측으로 쏠릴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한통운 인수전, 골드만삭스에 불리한 룰


만약 새로운 후보가 인수자로 선정된다해도 150% 증자안은 인수자에게 유리하다.

이미 59.8%를 확보한 인수자는 50%를 가졌을 때보다 손쉽게 67%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구주 매입을 노골적으로 요구 중인 골드만의 지분(10.37%)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4대주주, 즉 STX와 금호를 포함해 서울보증보험(4.02%)과 자산관리공사(2.85%)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지분을 거래할 수 있다. 2%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소액주주들이 복수이기 때문에 가격교섭력도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한통운 구주주들이 법원을 상대로 사실상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법정관리 매각과정에서 구주주들이 신주발행금지 소송을 낸 사례는 국제상사나 한일합섬, 충남방적 등의 케이스에서 증명된다. 이것이 경영권 분쟁과 같은 구도를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자산을 팔아서 부채를 갚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종결하고 기존 유통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권리를 보전해 달라는 게 구주주들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는 주주가 아닌 채무자들의 권리를 일시적으로 동결해 기업개선작업을 펼치는 구조조정 절차다. 법원은 법정관리 기간 중에도 주권을 사고팔아온 구주주들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보여왔다.

M&A 전문 변호사는 "150% 증자안에는 예상보다 많은 함의가 농축돼 있다"며 "법원은 대한통운 매각과 관련,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지를 보이고 있는 골드만을 견제할 카드를 인수자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