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힐러리의 눈물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1.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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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힐러리의 눈물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이 유세 도중 눈시울을 적셨다.

'미국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힐러리 후보에게서 눈물을 뽑아낸 표면적인 원인은 선거 유세의 고단함일지 몰라도 그 고단함을 뼈에 사무치도록 만든 장본인은 최대 라이벌인 배럭 오바마 의원(일리노이주)이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오바마 후보,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에 뒤져 3위로 밀려났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힐러리 후보는 좌불안석이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후보가 1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당원 대상 투표였던 아이오와 때보다 비당원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진행되는 이번 투표의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아이오와 코커스 직전 20%에 육박하던 전국 지지율 격차는 어느새 한자릿수(7일 라스무센 전국 여론조사 힐러리 33%, 오바마 29%)로 좁혀졌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후보 사퇴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철의 여인'이란 칭찬 일색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에 빚을 진 구시대 인물이라는 비아냥으로 변했다.


힐러리와 오바마, 두 후보 모두 변화를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각각의 변화에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젊은 오바마 후보가 외치는 변화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틀의 혁파를 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바마 후보 개인에게선 과거 1960년대 JFK의 모습을 찾고 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기성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힐러리 후보의 변화는 공화당 정부에서 민주당 정부로의 수평적 정권 교체로 치부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 실패에 따른 국가 위상 실추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지금 단순한 정권 교체라는 수평적 자리 이동 이상의 것을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열광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도 분명하다.

힐러리의 눈물이 기성 정치에서 흥미를 잃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되돌릴 수 없다면 이 역시 정치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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