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도 '경기침체론' 가세(종합)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1.0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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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등 한목소리로 침체 경고…"재정정책도 병행해야"

퀀텀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이가 상품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가 7일(현지시간) 마크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뒤를 이어 경기 침체론에 가세했다.

특히 월가의 권위자들과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잇따라 경기 침체 경고에 가세하면서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5%로 전달의 4.7%에서 상승해 지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12월에 1만8천명에 그쳐 4년여 사이 최저치에 그쳤다. 구매관리자협회(ISM)의 12월 제조업지수도 47.7을 기록,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졌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 로저스 "경기침체 경고" 가세



짐 로저스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블룸버그 TV와 인터뷰를 갖고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온 경기침체 중 최악이 될 것"이라며 "달러 약세가 점점 더 약세 압력에 휘둘릴 것이며,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율도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저스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지금껏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를 매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저스는 "올해 말까지 말까지 나의 모든 자산을 달러에서 빼낼 것"이라며 "달러는 심각한 결점을 갖고 있는 화폐"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현재 달러를 팔고 위안화와 스위스 프랑화를 사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내가 관리하고 있는 자산은 모두 달러화에서 다른 통화로 바뀌어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달러를 매도하는 한편 중국 위안화와 스위스 프랑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는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곡물이 원자재 및 상품 중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를 우려한다면 곡물로 구성된 상품을 매입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와 호주의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곡물 가격의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사상 최고치에 인접한 상황이다.

면화, 커피, 설탕 가격도 최근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경기 둔화가 수요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원유 및 금속 투자에 대해서는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은 아시아 지역의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 현상으로 7년간에 걸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저스는 "모든 원자재는 향후 10년간 공급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며 "달러 가치가 오르더라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펠트스타인 "침체 가능성 50% 상회"…재정정책 병행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도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이달 초만 해도 침체 확률이 '50%'라고 밝혔지만 12월 고용지표 발표 후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수정했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지난 5일 12월 고용지표 발표 직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경기침체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말했지만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면서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 보다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2월 실업률은 2년만에 최고치인 5%를 기록했고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수도 예상을 크게 밑도는 1만8000명으로 집계돼 2003년 8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펠트스타인 교수는 "12월 고용 지표를 확인한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해 더욱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소비를 더 줄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올해 미국 경제를 끌어 내리는 추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준은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라면 0.5%포인트 인하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리만 내리는 것으로 부족하며 감세안, 유동성공급 등 재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현재 상황은 금융시장의 신뢰 붕괴에서 초래됐기 때문에 금리만 내리는 것으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때문에 경기 부양 재정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린스펀-서머스도 감세안 등 재정정책 시행에 찬성

'채권왕' 빌 그로스도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를 3% 아래로 낮춘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스는 "고용 지표 악화는 미국 경제 체질이 약화됐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미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미국 NPR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머스 전 장관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 경기 침체가 세계 경제 성장 전반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펀과 서머스 역시 펠드스타인 교수처럼 금리 인하와 더불의 재정정책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금리인하라는 통화정책과 세금감면 등 재정정책을 적절히 병행해 고물가와 경기후퇴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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