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군소후보 걸러낸 증자안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1.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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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딜스토리] 59.8%의 전략적 의미②

이 기사는 01월07일(13: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법원이 정한 매각안에는 후보난립 방지책도 포함됐다.



일부 후보들은 100% 증자안 대신 150%안이 채택되면서 1조원대 딜이 2조원으로 뛰었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피인수 대상인 대한통운은 이를 반긴다. 최소 인수자금(2조3352억원)을 마련할 수 없는 군소후보들이 자동으로 걸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기 전까지 대한통운 (93,400원 ▼1,300 -1.37%)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은 20곳이 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대한통운이 국내에 보유한 자산가치가 크게 부각된 게 흥행 요인이다.



잠재적 후보들 중에는 자금동원 여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인수를 계획하던 기업이 상당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킬 때 쓰는 차입인수(LBO) 기법을 쓰면 중견기업이라도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한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 끌어들인 자금은 경영권 확보 후 대한통운 자산을 팔아 갚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최소 인수가격이 2조원을 넘으면서 이번 매각은 FI들의 역할이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자기자금이 충분치 않은 기업이 차입비중을 높일 경우 인수합병(M&A) 실패확률도 급격히 높아지는 게 이번 딜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먼저 대한통운의 매각가격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매각가격은 최소 2조원이 넘는 데 반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700억원, 600억원(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간 에비타(EBITDA, 현금창출능력)가 1000억원이라고 가정해도 영업구조로만 보면 투자액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5%에도 미치지 않는 회사를 사는 셈이다.


대한통운, 군소후보 걸러낸 증자안


기업가치에 비해 높은 인수가는 단기에 수익률을 보장받고 투자액을 거둬들여야 하는 FI가 끼어들 여지를 줄인다.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적 장기 투자자는 쉽게 가려내는 장치가 된다. 자기자금을 충분히 가진 인수후보가 새 주인이 되면 이미 투자한 자금을 급히 거둬들일 필요가 없다.

특히 대한통운은 법정관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매각가에 비해 동결된 채무가 3600억원에 불과한 특이한 사례다. 인수 후에도 매입자금이 회사 내에 유보금으로 최소 2조원 이상 남을 전망이다. 임직원들은 이 자금이 회사의 신성장동력이나 해외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투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150% 증자안은 이 때도 힘을 발휘한다. 충분한 유보자금은 골드만삭스 등 구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을 주장하는 동기가 된다. 하지만 구주주들은 예상보다 늘어난 신주발행으로 인해 높아진 희석률만큼 지분율도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25.95%인 골드만의 지분율은 2400만주(150%)의 신주가 발행되면 10.37%로 대폭 줄어든다. 71.87%인 5대 구주주들의 전체 지분율도 28.73%까지 낮아진다.

150% 증자안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확실히 줄이는 셈이다.

법원과 대한통운, 매각 주관사 등 3대 주체들은 인수가격을 높여 1차적으로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이후 인수후보 평가기준을 엄격하게 책정할 계획이다. 특히 차입인수를 계획하는 후보들을 배제할 수 있도록 인수후 회사 성장계획 등 꼼꼼히 평가할 수 있는 비계량 평가항목의 가점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10개 후보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최종입찰에 불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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