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1회용품 사용 규제의 함정

김관기 변호사 2008.01.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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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1회용품 사용 규제의 함정


1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는 규제가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걷은 벌금을 밀고자에게 나누어 주는 전체주의적인 방법까지 사용하여 강제하는 것을 보면 시장경제는 자원의 과도한 착취와 낭비를 초래하고 환경을 파괴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권력이 큰 것 같다.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한다고 한들 강변도로에서 잠깐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언덕 한두 개 어쩌면 몇 개 더 생기는 것인데, 고객이 밀고자가 아닌 지 의심하도록 할 정도로 큰 죄악으로 취급된다.

환경의 보호는 자발적인 교환과정에서 가격이라는 신호가 개인의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조건이 되어 희소성을 반영한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경제학의 기본을 무시하는 밀어낼 수 있는 거창한 명분이 되어 버렸다. 고속철도, 터널, 대단위 방조제의 건설이 장기간 저지된 황당함은 자연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인식체계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실력 때문이었으리라.



그럴 듯한 목적은 눈에 띄고 그것이 초래하는 어두운 결과는 무시되기 마련이다. 규제를 요구하는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손해를 볼 집단은 조직화되어 있지 못한다. 그래서 입법자가 의도한 것으로 공표된 제1차적 목적을 이룰 것이라는 가정조차 충족되지 못하는 규제마저도 강제되는 황당한 일마저도 발생하는 것 아닐까.

1회용품을 고객들에게 그냥 주지 못하게 하면 고체 쓰레기는 줄어들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저금통으로 퇴장될 동전 하나로 조악한 면도기 하나 살 수 있다면 억제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며 1회용품 규제로 고급 제품을 사 써야 한다면 필요도 없는 것을 사고 버려야 하니 그 자체가 낭비이다.



1회용 식기 사용을 금지해 음식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머나먼 길을 한번 더 다녀오게 하는 것은 과연 규제의 목적을 생각한 것인 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가장 중요한 인건비는 제외하더라도, 오토바이 기름이 2배로 소모된다. 운행할 때 나오는 매연과 타이어가 닳아질 때 생기는 분진과 오염물질이 2배나 더 배출될 것이다. 오토바이 엔진, 타이어를 생산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환경이 파괴되겠는가. 여기에 설거지를 위하여 사용하는 수도물 값과 하수도로 유기물질을 배출함으로써 생기는 수질오염을 생각해 보자.

내가 하면 개혁 남이 하면 규제라던가. 역대 계속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그럴 듯한 명분을 들먹인 규제는 늘어났다. 환경 정책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양돈산업이 음식물쓰레기보다는 수입한 곡물로 만든 사료를 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서, 냄새 나는 음식물쓰레기통을 길거리에 방치하면서까지 수집하는 것은 무슨 효익이 있는가. 물리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지만 경제적 효용성이 없는 폐지와 플라스틱까지 분리 수거해서 그냥 한군데 갖다 버리면 분리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환경 담당 직원의 일거리를 위해서 그런 것인가 환경을 구실로 돈 버는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인가.

사람들에게 절약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상징적인 제도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예를 사람들이 집에서도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설거지를 해서 쓴다고 치자. 아직까지 우리 가정에서 여성이 가사 일을 한다면 이것은 여성, 특히 맞벌이를 해야 간신히 집세와 아이 교육비를 낼 수 있는 노동계급의 여자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한다. 명절 증후군에 여자들이 시달린다고 입으로만 떠들지 말라. 1회용을 쓰면 상당 부분 저감된다. 또 재활용을 빌미로 쓰레기를 집안에 축적하게 하는 것은 무슨 낭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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