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순위 청약' 대세로 굳어지나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1.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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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아파트 청약전략

미분양이 넘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팔리고 있다. 1~3순위까지 청약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아파트들이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무순위(4순위)에서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해 파주운정신도시에서도 1~3순위까지 마감한 결과 절반의 분양에 그쳤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4순위 청약에 몰린 수요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1~3순위 청약실적은 시간이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지난 해 말 분양한 고양 식사지구의 경우 파주운정신도시보다 훨씬 높은 80%의 미분양률을 보였다. 올 초 분양한 고양 덕이지구는 1~2순위까지 청약을 받을 때까지 신청률은 10%에 불과했다.

이미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10만가구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률은 소수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낮은 청약경쟁률은 일단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저변에 넓게 깔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제기된 고분양가 논란의 여파도 있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부터 더 낮은 가격에 나오는 아파트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약통장을 결정적인 때에 사용하려는 수요자들의 심리가 청약통장 사용을 극도로 아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사지구 순위내 분양 '참패'


지난 12월 분양했던 고양 식사지구의 1~3순위 청약접수 결과는 80%에 가까운 미분양을 기록했다.

E4블록의 고양식사 벽산블루밍 아파트는 1~3순위 분양대상 178가구 가운데 5건의 청약접수만 받아 가장 낮은 청약률을 보였다. 고양식사 일산자이주상복합 역시 196가구를 분양했지만 청약접수는 9건에 그쳤다. 청약률은 각각 2.81% 및 5.11%로 한자릿수에 지나지 않았다.



자이 2블록은 특별공급분양을 제외한 1~3순위 청약에서 1974가구 분양에 205명만 청약했으며 A3블록의 벽산블루밍은 1434가구를 내놨지만 160명만 신청했다. 이 두 곳은 각각 10.39%, 11.16%의 청약률에 그쳤다.

벽산블루밍 A5블록은 914가구 분양에 281명이 청약(30.74%)했고 자이 1블록은 1252가구 분양에 447명이 신청(35.99%)했다. 자이 4블록은 1285가구를 모집했으나 598명이 신청해 46.54%의 청약률을 보였다.

지난 12월 분양한 고양 식사지구의 청약률은 결국 0.24대 1을 기록했다. 총 55개 주택형 중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것은 9개 뿐이었다. 나머지는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선착순 분양인 4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4순위 청약' 대세로 굳어지나


◆덕이지구 역시 부진

올 1월 초 분양했던 고양 덕이지구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2순위까지 청약을 받은 결과 총 43개 주택형 가운데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것은 단 한 곳 뿐이었다. 다만 3순위에서 청약이 약간 늘어 총 12개 주택형에서 마감할 수 있었다.

5개 블록에서 총 4872가구를 분양하는 대규모 공급이었지만 특별공급분양을 제외한 1~3순위 청약에서 2132명이 신청해 청약경쟁률은 0.44대 1을 기록했다.



특별공급분양 역시 초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총 5개 블록에서 실시한 특별분양을 신청한 사람은 단 2명 뿐이었다.

동문굿모닝힐의 경우 A1블록에서는 1~3순위 693가구 분양에 323명이 청약했으며 A5블록에서는 862가구 분양에 686명만 신청했다.

신동아파밀리에는 A2블록에서 1207가구 분양에 단 178명만, A3블록에서는 432가구 분양에 56명만 청약했다. 각각 14.7%, 13.0%의 최저수준 청약률을 기록했다. A4블록에서 분양한 신동아파밀리에는 1676가구 분양에 889명만 신청했다.



결국 덕이지구의 대규모 미분양물량 역시 4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

식사지구와 덕이지구의 분양성적이 극도로 초라해진 것은 무엇보다 높은 분양가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식사지구보다 교통 등 입지나 환경이 더 우수한 덕이지구에서 분양성적이 더 낮게 나온 것은 높은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조건에 따라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던 현상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식사지구의 경우 고양식사일산자이1블록은 3.3㎡ 당 1350만~1486만원, 2블록은 1434만~1533만원, 4블록은 1443만~1533만원 선이었다. 고양식사일산자이주상복합의 분양가는 훨씬 높았다. 3.3㎡ 당 1396만~1995만원이었다.

고양식사벽산블루밍 아파트도 상당한 높은 수준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A3블록에서는 3.3㎡ 당 1483만~1897만원, A5블록에서는 3.3㎡ 당 1483만~1797만원이었다.



일산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두지구의 경우 30평형대는 4억~5억원 정도이며 48평형대도 8억원 밑으로도 매물이 나온다"며 "일산의 다른 곳에 비하면 식사나 덕이지구는 위치나 가격면에서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통이나 교육ㆍ상업환경 등 여건이 더 좋은 주변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이 3.3㎡ 당 1300만~1500만원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신규 분양물량의 가격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덕이지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산덕이 동문굿모닝힐은 A1블록의 경우 3.3㎡ 당 1392만~1573만원, A5블록은 3.3㎡ 당 1396만~1566만원이었다.



일산덕이 신동아파밀리에는 이보다 좀더 높았다. A2블록은 3.3㎡ 당 1406만~1685만원, A3블록은 1543만~1563만원, A4블록은 1409만~1686만원이었다.

덕이지구의 분양가는 3.3㎡당 1450만원대로 은평뉴타운 1지구의 940만~1340만원대보다 100만원 이상 비싸다.

◆청약통장 극도로 아낀다… 4순위 청약 새 트렌드로



높은 분양가뿐 아니라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극도로 아끼는 현상도 최근 대규모 미분양사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청약통장의 재당첨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청약통장 사용을 꺼리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청약가점제에 따라 청약점수에 자신이 없는 경우 아예 점수가 쌓일 때까지 청약을 미루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가 올해부터 본격 실시됨에 따라 더 낮은 가격의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파주운정신도시의 미분양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양지영 팀장은 "청약통장을 한 번 써서 당첨이 되면 최장 10년까지 사용할 수가 없다"며 "기회비용을 따져서 광교나 송파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송도지구 등 미래가치가 높은 곳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을 굳이 쓸 필요가 없는 4순위에 수요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하는 4순위는 청약통장을 쓸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지역 등 여러 제한조건도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기때문이다.

4순위에 청약자가 대거 몰린 사례는 지난 해 12월 파주운정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파주운정신도시는 1~3순위까지 청약미달 사태가 대거 발생했었다. 하지만 4순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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