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이명박 정부' 5년 실험..검증하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1.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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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일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분명한 우려를 표시했다.그러나 "패배한 정치세력이 이제 승복해야 된다"며 "새로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3부 요인, 정부부처 장·차관, 정당 대표 등이 참석한 '2008년 신년 인사회'에서 53분간 참여정부에 대한 소회와 함께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대규모 토목공사, 중등교육 평준화 완화, 본고사 부활 등 '이명박 정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성장률만 올라가면 일자리·복지 저절로 따라오는지 보자"

노 대통령은 "저는 복지정책은 경제정책의 부수적인, 쪼가리 정책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경제정책과 대등하게 일체화된 정책이고 전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근데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졌으니까 앞으로 복지문제에 대해 걱정이 많지만 모로 가나, 옆으로 가나 앞으로 5년 동안에 우리는 큰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경제가 특효처방만 하면 쑥 크는 건가"라며 "그건 우리가 실험해야 될 것이다. 토목공사만 큰 거 한 건 하면 우리 경제가 사는 것인지도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이고 이제 검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렇게 해서 경제의 성장률만 올라가면 수출만 많이 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인지도 검증을 해야 될 것이고 또 그것만 하면 복지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인지도 앞으로 우리가 검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한 번 두고 보자'는 심정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또 "이구동성으로 투자를 많이 하게 하라, 규제를 풀어라 (해서) 규제를 죽어라 풀었다"며 "(그러나) 인권을 위해, 안전을 위해, 환경을 위해, 질서를 위해 못 푸는 것은 못 푸는 것이다"라고 말한 뒤 "출총제가 풀리면 앞으로 투자가 얼마나 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출총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등학생부터 입시경쟁을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그것이 잘 되기를 바라고 검증하는 동안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죽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견디고 또 적당한 때가 되면 새로운 정책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균형발전정책 걱정이 태산 같고 중등교육 평준화가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어 있는데 어쩌겠나"라며 "우리가 신임한 정부가 하겠다고 하니까 다음 국회 선거에서 막을 수 있으면 좋고 총선을 통해 막지 못하면 받아들여야죠"라고 말했다.

또 "초등학생부터 인제 입시경쟁을 하더라도 그것 또한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책이 밀리면 기다리면 된다.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해서 수용할 건 수용하고 우리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나가고 합리적인 것에 대해선 최대한 좀 지원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다음 정부에 주문하는 얘기가 아니다. 다음 정부에 주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몰아붙이는 그런 분위기를 바꿔주지 않으면 정치나 권력은 거역하기 어렵다"며 "보기에 따라선 그것을 거역하면 나쁜 정부가 되고 나쁜 대통령이 된다. 그래서 좀 일할 수 있게 따질 건 따지되 일할 수 있게 여유도 주고 합리적인 그리고 적절한 요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저는 걱정이 되는 것은 있다. 이러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닌가 이런 점들이 있는데 이것은 정부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다"고 말해 걱정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국민적 여론이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5년 동안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는데 일 할 수 있나"



씁쓸한 마음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정말 저 나름대로 성심껏 봉사했는데 국민들이 기분이 안 좋다는데 할 말이 있겠나"라며 "제가 아마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이어서 국민들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것인데 전 오만하고 독선 이거는 잘 몰랐고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저한테 와서 떡 붙어가지고 그렇다. 더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문에 승부에 졌다고들 하니 미안할 뿐이다. 같이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할 뿐이고 이제 물러가는 사람이 구구하게 무슨 변명을 하는 것 같아 저도 그렇다. 입장이 편칠 않다"고 토로했다.

'승복의 정신'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패배를 받아들이자"며 "제가 어떻게 이런 것을 터득하게 됐냐, 5년 동안 경험해 보니까 아니라고 하는데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대통령 일을 할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날 신년회에 5개 정당 중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은 한나라당을 겨냥해 "지금 이 자리에도 안 나왔죠? 그렇지 않습니까"라며 "그들에겐 제가 대통령이 아닌 것입니다. 이 나라 보수주의 언론데도 제가 대통령이 아닙니다. 어떻게 민주주의가 되겠습니까"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그래서 승복하자. 지금 저와 함께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패배했다. 누구라도 억울하고 분할지 모르지만 제일 먼저 해야될 일이 승복이다. 상대에게도 승복해야 되지만 자기 마음 속에 그 패배를 승복해야 된다. 그거 승복 못하면 민주주의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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