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인수위에 '화끈한' 프러포즈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서명훈 기자 2008.01.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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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산분리 완화 동의… 재경부 '당혹'

"금감위가 너무 한 것 아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3일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가 끝난 직후 한 경제부처 공무원이 던진 말이다.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이 관료는 돌변해 버린 금감위를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를 가장 놀라게 한 건 금산분리 문제. 이날 업무보고에서 인수위가 구체적인 금산분리를 제시한 데 대해 금감위는 별다른 이견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해 보고하겠다"며 사실상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장수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은 "금산 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 금감위와 인수위 사이에 원론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간 금산분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으로 읽힌다. 게다가 현직 김용덕 금감위원장도 금산 분리 원칙 고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터여서 금감위의 파격 변신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경제부처 관료가 놀란 것도 이 때문.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도 "다른 부처에서 볼 때 놀랄 만 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신용불량자 사면 등 차기 정부가 관심을 끄는 사안에 대해서도 긍정적 답변서를 제출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나 신불자 사면 등은 모두 재정경제부의 업무"라며 "금감위에 이에대한 입장을 알아서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가에선 금감위가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인수위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대세를 거스를 수 있겠냐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전임 윤증현 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를 계속 주장해 온 터여서 인수위 의견을 수용하기가 한결 수월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감위의 변신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달랐다. 인수위는 만족스런 눈치다.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는 "(금산분리와 관련)기본적인 의견 차이는 없었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도 "준비를 해 온 것 같다. 전반적으로 당선자의 방향과 같았다"고 밝혔다.

반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재경부는 '당혹' 그 자체다. 당선자의 공약에 발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감위가 예상보다 앞서 나간 데 대한 불편함도 묻어난다.

사실 금산분리는 금감위가 아닌 재경부 권한의 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최근에도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법개정 권한을 갖고 있어 인수위의 집중공세가 예상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금감위 업무보고는 오는 7일 재경부 업무보고의 예고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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