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인터넷은행 추진에 '긴장'

임대환,이상배 기자 2008.01.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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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 인터넷전문은행 허용 추진..수수료↓ 이자↑ 시중은행 '긴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은행가가 술렁이고 있다. 은행들은 새 정부가 구상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개념이 명확치 않아 섣불리 그 파장을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충격파를 우려하는 눈치다.

은행들은 우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실명제와의 상충여부. 인터넷 전문은행이 고객의 지점 방문없이 계좌개설 등이 가능토록 하는 등의 편리성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금융실명제와 상충될 수 있다.



은행과 고객의 면대면 확인을 해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현행 금융실명제의 수정없이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대면이 아닌 방법으로 실명확인이 되면 계좌개설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인이 금융실명법과 연결이 된다는 점까지 감안해서 내놓은 공약인지 모르겠다"며 "다른 은행에서 대면확인을 통해 계좌가 개설된 고객은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위해서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만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은행들은 예상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새 정부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구상이 현재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다이렉트 뱅킹' 시스템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보고 있다.


HSBC의 다이렉트 뱅킹은 지점을 이용하지 않고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 개념의 시스템으로 지점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아껴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대폭 깎아주고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는 것이 최대장점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는 이미 도입돼 있고 호응도 높다. HSBC가 다이렉트 뱅킹을 도입한 대만의 경우 반년만에 고객이 100만명이 넘는 성공을 거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단 다이렉트뱅킹은 시중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게 만든 대표 상품인 CMA와 맞설만할 정도로 높은 금리와 수수료 면제 등 고객을 유인할 요소가 많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이같은 시스템이라면 시중은행들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 허용에 앞서 인터넷뱅킹 시장이 과당경쟁이 빠질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법상 은행업 인가 요건도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의 실효성과 직결되는 변수다. 은행법에 따르면 전국 영업망의 은행을 설립하려면 1000억원, 지방은행은 2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이 규정이 유지될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은 전국 영업망을 가진 은행으로 분류돼 설립 때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지점이 필요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데 1000억원 이상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을 허용할 경우 실제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상 인가 요건의 완화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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