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교육부 대학입시 업무 폐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02 18:51
글자크기

(상보)"교육현장 자율성 강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일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대학협의체로 이양해 교육부의 학사운영 관련 업무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인수위는 또 초ㆍ중등교육 분야에서 자율학교 설립과 특목고 지정 설립 등 사전규제 형태로 이뤄져 온 권한을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 및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갖고 있던 교육청 부교육감에 대한 인사권을 이양하고, 교육부 공무원의 국립대 순환근무도 폐지키로 했다.



인수위는 이날 오후 교육부로부터 정부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전했다.

◇ 대학ㆍ지자체ㆍ대학협의회로 '권한' 이양 =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업무보고는 교육부 기능개편 방안과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 실천 방안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인수위는 특목고 설립 등 참여정부의 평준화 정책에 입각해 교육부가 사전규제해 왔던 권한을 시도 교육청으로 전격 이양하고, 교원의 신분과 관련해서도 국가공무원직을 유지하되 정원, 임용, 인사 등과 관련한 기능은 교육청으로 이양하기로 했다.

또한 초ㆍ중등 교육에서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수준은 유지하되 학교 단위의 운영 자율성은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학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대교협, 전문대교협 등 대학협의체로 이양하기로 해 교육부의 학사운영 관련 업무는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지방 및 대학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행사해 온 부교육감에 대한 인사권을 교육청으로 이양하고, 교육부 직원들의 국립대 순환근무 제도도 폐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인사권 이양의 경우 새정부 출범 후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일괄 시행에는 문제가 있고 추후 단계적 시행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 교육부, 통렬한 '자아비판' = 한편 이날 교육부는 새정부 코드맞추기에 앞서 통렬한 자아비판을 실행에 옮겨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3불'(대학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정책을 놓고 대학들과 각을 세우던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특목고 설립과 대학입시 등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심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또한 "'분권과 자율을 추진했지만 정책고객, 이른바 학생, 학부모들의 체감도가 낮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낮고 일과 삶, 학습 등의 연계가 미흡했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과 이해갈등 조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자인했다.

교육부는 특히 수능등급제와 관련해서는 인수위로부터 호되게 질타까지 받아야 했다.

교육부는 "3월에 여론 수렴 후 (등급제 폐지 여부를) 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수위가 이를 불허한 것.

인수위는 "수능등급제가 현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인데 3월에 보고하겠다는 것은 수요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온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다음 정부까지 넘기지 말고 2월초까지 결론을 내려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인수위측은 교육정보공개법 시행령과 관련해 법의 취지에 배치되거나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수정 입법해 줄 것도 요청했다.

사회문화교육분과위 간사인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1월 중순까지 정부개혁의 큰 그림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시급히 결론내야 할 부분은 상당 부분 결론을 냈다"면서도 "교육부 업무보고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10년 동안 계속된 관치의 관행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국민만 생각하고 해야지 부처 이기주의를 생각하면 못하는 것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이날 보고에 이어 실국별 업무보고를 추가로 받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2월초 새정부 교육개혁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 교육부 'MB 코드' 맞추기 진통 = 이날 교육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교육정책의 틀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갈려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3단계 대입자율화' 등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 공약은 '3불'(대학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을 근간으로 하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어서 기존 교육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내부갈등이 심했다는 것.

이에 인수위측은 업무보고 자료를 24시간 전에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교육부는 시한을 훌쩍 넘겨 보고 당일 오전 7시에야 자료집을 제출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교육부가 업무보고 안 마련에 적잖은 내부진통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10년 동안 규제와 통제 위주의 정책에 익숙해진 분들이 자율과 지원으로 발상을 바꾸는데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하루 아침에 코드가 바뀐 것 같다는 기사도 있었지만 관료사회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때문에 민감한 현안은 앞으로 각계 각층 전문가, 관료사회 의견까지 반영한 취합안을 만들어 2월 초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무보고 자료를 준비한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을 모으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라며 "고의로 자료집을 늦게 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2차례 '오보' 해명... 인수위 '보안강화' = 한편, 이날 교육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와 관련해 두 차례나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이날 오전 교육부는 '2010년부터 대입에서 완전히 손 뗀다'는 조간 기사에 대해 "추진 시기 및 세부 내용 등에 대해 검토 또는 확정한 바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당선인의 '3단계 대입 자율화' 추진을 위해 '고등교육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며 부인했다.

이처럼 취재경쟁으로 확정되지 않은 기사들이 난무하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입단속 등 보안강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간사단 회의에서 "정제되지 않은 개인적 의견을 인수위 의견인 것처럼 발언하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대통령 취임식에 북한 당국자를 초청하겠다고 발언한 자문위원에게 공개적으로 엄중 경고했다.

인수위는 교육부 업무보고 현장에서도 자료를 모두 회수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