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당권놓고 진검승부 시작하나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1.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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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공천 늦추는 것 다른 의도 있은 것 아닌가" 반격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번엔 '공천시기'다. 그간 측근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설전이 당사자들간 진검승부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바꾸고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문제가 겹쳐버리면 국회가 안된다"며 "'내가 공천 안되겠다'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거기(국회) 나와서 일하겠냐"고 사실상 공천 연기를 인정함으로써 당권 갈등은 새 국면을 맞았다.



이 당선인은 당 신년인사회에서도 "뒤에 숨어서 수근수근하는 것은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 박 전 대표 측에서 흘러나오는 공천 관련 불만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같은 발언에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괜히 말했다가 또 '수근수근한다'고 하면 어쩌냐"는 뼈박힌 농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진 않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 본인은 달랐다. 평소 '한문장 화법'으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박 전 대표는 2일 이 당선자 측 뿐 아니라 지도부에도 봇물 쏟아내듯 공세를 폈다. 신년하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고향인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다.

대구라는 상징적 장소에서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자의 발언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속에 있는 말을 끄집어냈다. 그는 "당선인이 분명 '(지난번 회동에서 공천을)늦추지 않겠다' 그런 말씀 있었는데 오늘 보도가 달리 나오는 건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난달 29일 회동의 비공개 내용을 소개했다.

또 "정부조직법과 인사청문회에 (공천)탈락한 사람들이 협조 안하고 차질 빚어질까봐라는 (당선인의)말이 있는데 나라 발전 위해 하는 일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 석연찮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뒤로 미룬다는 것은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 공천시한을 3월 9일로 잡은 데 대해 "4.9총선 선거운동이 보름 전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총선을 보름 남겨 놓고 공천자를 발표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여 정치보복이 있거나 그러면 완전히 우리 정치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적극적 대응은 수세 약화에 따른 상황 타개책으로 해석된다. 자칫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공천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줄줄이 배제되면 박 전 대표 본인의 위치도 위태로워지기 때문.

그러나 이 당선인 측의 주장도 만만찮게 팽팽한 상황이라 공천 갈등을 둘러싼 당 내홍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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