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행장 "위기오면 실력차 날것"

대담=정희경 금융부장 정리=진상현 기자·사진=홍기원 기자 2008.01.01 12:30
글자크기

은행장 신년 릴레이 인터뷰(1) 박해춘 우리은행장

민영화 빠를수록 좋아, CEO 대통령도 긍정적
10년 파산금융사 CEO 위기관리경험 큰 도움


"좋을 때는 실력이 드러나지 않지만 어려울 때는 차이가 납니다. 10년간 파산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위기관리 경험이 2008년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12월26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취임 첫해의 성공적인 실적에 더해 앞으로의 영업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취임 초 은행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우려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그다.



그의 자신감은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예금 이탈 등으로 은행들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위기에 강한 CEO, 박 행장을 만나 우리 은행산업과 우리은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해춘행장 "위기오면 실력차 날것"


―올해 우리은행의 성과가 상당히 좋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잘했다기보다 직원들이 잘해준 것같습니다. 이제는 파산금융회사에서의 경험을 직원들이 믿고 따른다는 느낌도 듭니다. 상대 은행들보다 더욱 긴장하면서 한 해를 보낸 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근 한달 동안은 토·일요일에도 집무실에 나와 내년 전략을 준비해 왔습니다.



―새해도 은행들엔 힘든 해가 될 것같습니다.

▶맞습니다. 미국경제가 서브프라임발 신용위기와 부동산발 경제충격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도 불안하고, 유가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긍정적인 면은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CEO 출신 대통령이 나왔으니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정적 요인과 긍정적 요인이 있으니 새해도 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은행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파산금융회사에서 CEO로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은행장들이 하지 못한 경험입니다. 좋을 때는 모르지만 위기가 오면 실력차가 나기 마련입니다.


―2008년 영업 추진 방향이 궁금합니다.

▶새해에는 내실경영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조달부문을 고려한 탄력적인 성장을 추진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수신상품 개발 및 기관영업 마케팅 확대 등으로 저비용성 수신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적정 가격 책정을 통한 순이자마진(NIM) 개선, 투자은행(IB) 파생상품 투자상품 방카쉬랑스 등 비이자이익 지속 증대, 카드사업의 지속적인 강화 및 해외영업 확대,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및 유동성 관리 강화 등도 주요 과제들입니다. 내실 위주의 영업전략 추진을 위해 성과관리지표(KPI) 수익성 부문 및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 배점도 확대했습니다.

―내년 자금조달 전략은 어떻게 잡고 계신지요.

▶내년 은행 영업은 조달비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돈맥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시·도금고, 법원공탁금 등 기관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실버시장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만들 것입니다.



카드나 파생상품과 연계한 다양한 수신상품을 개발하고 카드결제계좌 및 급여이체계좌 등 지급결제성 서비스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 은행채 만기구조를 현재 3년 위주에서 1~5년으로 분산하고 중소기업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자산의 유동화도 추진하는 등 조달수단도 보다 다양화해나갈 계획입니다.

―IB부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 IB의 발전모델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아직은 분리보다) 행내에서 IB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IB업무는 고수익·고위험 사업으로 이에 걸맞은 성과보상, 인사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별도로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진출 전략도 소개해 주십시오.

▶먼저 현지법인을 설립한 중국 영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도 가속화할 예정입니다. 두바이와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해 진출지역 다양화 및 확대되고 있는 이슬람 금융 참여 방안도 모색할 것입니다. 브라질에도 남미지역 거점을 마련하고, 우리아메리카은행과의 연계영업을 강화할 계획도 있습니다.

―내년도 자산성장은 몇%로 예상하십니까.



▶내년에는 명목GDP 성장률(7∼8%) 수준의 성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산성장보다는 수익성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량자산의 개념도 이제는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떼이지 않는 자산을 우량자산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용리스크 못지않게 수익성도 봐야 합니다. 부실 가능성이 낮아도 수익성이 없으면 우량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변동금리부 대출의 부실 우려가 있는데요.
▶최근 금리 급등은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의 자금이동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있습니다. 금리 상승 및 미분양 주택 증가 등 불안 요인이 있지만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질적으로 안정돼 있어 주택금융의 부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1% 이하에서 유지되고 있고, LTV도 50% 수준으로 낮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5% 수준이며, LTV는 87% 수준에 달합니다.
박해춘행장 "위기오면 실력차 날것"
―내년에 자산규모 1위 등극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금융그룹 기준으로는 국민은행의 자산규모를 이미 넘어섰고, 우리·국민·신한은행 모두 비슷한 규모에 있기 때문에 이제 외형 1등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은행은 맹목적인 외형경쟁은 지양하고, 내실경영을 추진할 것입니다.

―은행업 발전과 관련해 새 정부가 꼭 해결해줬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증권업과 동등한 경쟁을 위해 은행업무의 겸업화를 확대해야 합니다. 가령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은행에 대한 유가증권 기업공개(IPO), 투자일임업무 허용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금융(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생각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선택이 아니라 꼭 해야 하고 빨리 해야 하는 일입니다. 민영화 얘기가 나온 지 상당히 됐지만 별로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지분 5%씩 가로자르기로 팔고 있는 매각방법도 문제가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값도 받기 힘듭니다. 물량 부담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큽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매각방식이 고려돼야 합니다. 민영화한다는 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신뢰만 얻어도 우리금융 주가는 크게 오를 것입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개혁의지가 있고, 시장과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는 점에서 민영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약력 △1948년 충남 금산 출생 △대전고 △연세대 수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삼성화재 마케팅담당 상무이사 및 강북본부장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LG카드 대표이사 △보험개발원 사외이사 △비자카드 국제이사 △현 한국보험계리인회 회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