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성장, 투자고용 확대로 가능하다"

대담=홍찬선 경제부장, 정리=이새누리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기자 2008.01.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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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인수위 자문위원 "李 당선자는 '불도저' 아닌 '컴도저'"

"7% 성장, 투자고용 확대로 가능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7%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7%로 끌어올리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지만,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 7% 성장 시대를 다시 맞이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황영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7% 성장은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골든 키(핵심 열쇠)'"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자문위원은 17대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0월10일,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당선자의 '경제브레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 △수도권규제 완화 △투자·고용 활성화 △신용불량자 대사면 등, 이 당선자의 핵심적인 공약이 '시장경제주의'에 맞게 짜여지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달여의 정치 경험이 "재미있었다"는 황 자문위원을, 그가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만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향후 한국경제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삼성특검법'이 발효된 상태에서 삼성증권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으로서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정책 공약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취임 후 어떻게 구체화될지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범위에서 설명한다는 전제로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7% 성장, 투자고용 확대로 가능하다"
-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높다. 어려움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려달라는 기대가 모여 과반수에 이르는 높은 지지표로 나타났는데...

▶투자와 고용활성화가 숙제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출자총액규제 완화를 넘어서는 것이다. 출총제는 이미 많이 완화된만큼 필요한 것은 수도권정비법을 완화해서 기업에 밀린 사업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에는 수도권, 충청권, 포항 등의 공장부지를 국유지나 군부대를 풀어 싼 가격에 공급하고 투자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야 투자가 활발해지고 고용이 활성화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 이 당선자의 대표 공약 중 하나가 '7%' 성장이다. 7% 성장은 불가능하며 이를 억지로 달성하려면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첫단추를 잘 꿰야 한다. 첫해 시동이 늦게 걸릴지 모르겠지만 2~3년이 지나면 그 정도 성장할 것이다. 인프라, 건설 등 해야 할 것도 많고 공장도 많이 지으려면 싼 공장부지와 노동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 관광·서비스·벤처 분야가 중요한데 경제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면 살아날 것이다.

- 지난달 26일 경제학회 포럼에서도 그랬지만 경제학과 교수들은 '747' 및 '감세' 공약의 현실가능성이 낮다고 보는데.



▶사실 7% 성장의 신호탄이 터져야 한다. 그래야 투자와 고용의 활성화가 가능하고, '4'(4만 달러 달성)와 '7'(세계 7대강국 진입)이 한꺼번에 풀리고 세액도 늘어난다. 초기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골든 키다.

- 기업인들의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야성적 충동(애니멀 스피릿)'으로 대표되는 기업인의 창업 및 투자 의지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투자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핵심은 기업인의 기(氣)를 어떻게 살려주느냐이다. 기업인의 기는 그들의 의욕, 즉 명예욕과 성취욕, 나아가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기업을 창업하고 크게 번성시킨 뒤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구를 부정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애니멀 스피릿이 많이 죽은 것은 기업의 능력에 비해 사회적 책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불균형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수준은 21세기이기 때문에, 삼성도 덫에 걸리고 두산도 홍역을 치른 것이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기업은 지금 '관망하고 기다려 보자(Wait a minute!)'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이런 저런 전투를 많이 하니까 실수도 할 수 있는데 김수환 추기경 정도의 도덕성을 요구한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강덕수 STX 회장이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애니멀 스피릿을 실천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더욱 늘어나도록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

-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던 '동북아 금융허브'는 꼭 해야할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앞으로 정부의 금융에 대한 규제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규제대상으로서의 금융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금융으로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책이나 법안, 감독수준 모두에서 산업으로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그동안 산업자원부 등은 정보·기술·과학 등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은 공익성과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금융을 통제대상으로 삼아 금융 발전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이런 감시감독과 금융에 대한 소아병적 인식으로는 한국이 동북아금융허브로 발전하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것이다.

이 당선자도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다. 금융회사는 젊은이들이 하기 좋은 질 좋은 직장이며, 환경오염을 유발하지도 않으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21세기형 미래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실천가능한 대책을 많이 내놓을 것이다.



-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고 계신데 점진적인 완화인가. 아니면 한번에 완화하자는 건가.

▶원천적으로 금산분리를 하는 곳은 지구상에서 몇 군데 없다. 그것도 금융이 산업을 지배해서 차단하려는 것이다. (금산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우선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벌에 다 주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금융이 크려면 자본이 튼튼해야 한다. 감독을 튼튼히 하면서 점진적으로 완화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업과 외국자본이 각각 은행을 지배할 때 각각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현재 외국자본의 지배가 더 낫다고 생각해, 외국인이 국민은행 지분 85%를 가져도 문제삼지 않는다. 은행을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이 산업자본이 소유하는 것 못지 않게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아질 때까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신용불량자 대사면'을 할 경우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많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도덕적 해이는 없다. 이 당선자가 제시하는 신용불량자 대사면은 휴면예금 등을 활용해 국민생활안전기금을 만들어, 이곳에서 불가피하게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에게 보증서를 끊어주어 재활의 기반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다. 재원은 IMF 때 정부가 금융기관에 출연했던 구조조정기금 이익금과 생보사 상장 때 출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및 휴면예금 등으로 마련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할 경우 부분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손실은 부모님 병원비 등 갑작스런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빠진 신용불량자의 덫을 제거해주는 것은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정부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비용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7% 성장, 투자고용 확대로 가능하다"
- 대선 당시 이 당선자 캠프 선대위에서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민간에서 CEO할 때와 많이 달랐나.



▶두달 동안 무척 재미 있었고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꼭 해야 하는데 손을 대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그냥 두면 시장경제로 모든 사회문제가 자연히 해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최소한 사랍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일은 시장경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당선자를 흔히 '불도저'에 비유한다.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자는 불도저라고 하기보다 '컴도저'(컴퓨터+불도저)라고 부른다. 뒤에 컴퓨터를 달고 앞에 불도저를 단 것처럼, 일을 시행하기 전에는 치밀하게 따져본 뒤 결정된 뒤에는 확실하게 실천한다는 뜻이다.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이나 버스전용차로 착수할 때도 준비가 철저했다. 사전에 야기될 문제를 처리하고 일을 벌이지 무조건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슬프게 땅부터 파지 않고, 약속한 것을 100%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을 잘 할 것으로 믿는다. 항상 'Why, Why'라고 묻는다. 참모들 머리에 쥐가 날 것이다.

- 직접 겪어본 우리나라 정치, 어떤가.

▶항상 '국민의 행복과 경제성장, 복지를 위해야 하고 국민을 하늘 같이 받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당리당략에 따라 싸우는 게 정치다. 이제 그만해야 할 때다. 중국은 10% 성장하고 홍콩 싱가포르도 지속적 성장하고 있다. 일본도 되찾은 10년으로 크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서야 되겠나. 총선에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 정치인들이 당선돼야 한다. 대담〓홍찬선 경제부장, 정리〓이새누리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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