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회동, '팽팽'한 신경전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12.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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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만났다. 박 전 대표가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이 당선인의 집무실을 찾는 형식을 취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대선 후 처음이자 경선 직후인 지난 9월초 이후 4개월 만이다. 특히 최근 들어 내년 4월 공천 시기를 둘러싸고 양측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회동이이서 논의 내용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날 공개된 모두 발언에선 웃음이 여러 차례 오갔지만 말 속에는 '뼈'가 적잖았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작심이나 한 듯 준비해온 내용을 "첫째" "둘째"식으로 정리하며 발언하는 등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내 보내고 하자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박 전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준비한 발언을 묵묵히 해 나갔을 정도다.



박 전 대표는 당초 회동 시간보다 5분 빠른 오후 2시55분께 4층 접견실에 도착했다. 이 당선인은 접견실 문앞에서 박 전 대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하고 회동 사무실에 들어온 뒤에도 다시 한차례 악수했다.

다음은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간 회동 모두 발언 내용

李 : 고생 많이 했다. 날씨가 추워졌다. 이제 겨울같이 되간다. 유정복 의원 오랜만이야. 지난 주말 봤지. 지난 행사때…. 정말 수고 많았다.


朴 : 아예, 별말씀. 당원으로 당연한 도리다. 정권교체 해주셔서 정말 잘 다 됐다.

李 : 다 당원들이 많이 애를 썼어요. 특히 박 전 대표가 도와주셔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朴 : 당연한거니까요.

李 :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해서 소원을 풀었다.

朴 : 당이 위기를 맞았을 때, 참 마지막 기회를 주십사하고 얘기로 호소하면서.

李 : 그것도 눈물겹게 한거에요.

朴 : 선택을 받기까지 굉장히 국민에게 약속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다 지켜야할 거 같다.

李 : 내가 어디가면 맨날 그런다. 옛날 차떼기당 누명을 써가지고 벗느라고 눈물겨웠다. 지나간 얘기지만 텐트 들어가고…. 아직 철거 안 했더라.

朴 : 여러 동 있었는데….

李 : 긴 시간 반성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선거법 지키고 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 소리 안들을 것 같애. 참 오랫동안 애썼다. 또 지난번, 2004년에도 공천에서 참 개혁을 진짜 제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통을 살려서 아주 눈에 보이지 않게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그동안 도와주십시오하고 약속도 많이 했잖아요.

朴 : 약속도 많이 했죠.

李 :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정말 그래야 5년하고 이 다음에 5년 일 좀 더하십시오하고 국민이 안 맡기겠습니까. 하나도 안 지킨다면 안 되죠. 지켜야 한다.

지난 5년 10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끈질긴 노력을 한당이 해 온 게 다 결실을 맺은 것이다.

朴 : 공천 뭐…. 그러면 정치발전이 많이 이뤄지고 또 많이 변하고 했는데.

李 : 그럼요.

朴 : 대통령됐으니까 정치 발전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발전을 시켜주길 바란다.

李 : 국민들이 그걸 또 바라고 있어요. 정치변화 개혁….

朴 : 사실 공천 문제나 기타 이런 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되거든요. 거기서부터 삐꺽거리고….

李 : 아이 그럼요. 내 생각도 똑같아요. 국민 볼 때 이 사람들이 밥그릇 챙기나 그렇게 하고 말이지. 아주 공정하게 국민들이 정치권 바라는 게 있고 또 한나라당에 바라는 게 있잖아요.

잘해야 할 책임이 당 대표에게도 있고요. 우리가 옆에서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해야 한다. 그래야지 5년간, 또 이 다음 4월 선거에서…. 다른 건 바라는 게 하나도 없고 과반수…. (서로 웃음)

朴 : 안정적으로 돼야….

李 : 이번에 하는 것을 보니까 과반수가 안 되면 앞으로 입법, 개혁적인 부분하고 민생을 살리고 하려면 이제는 국회가 굉장히 중요해지잖아요. 그래서 정말 국민이 원하는 정치변화를 가져와 과반수되도록 박 전 대표가 애를 더써야 한다. 완성 때까지, 약속 완성시키기 위해서.

朴 : 당에서도 앞으로 정말 옳은 정치, 나라발전을 위해서 나가시면 적극….

李 : 지지.

朴 : 그럼요, 그건 당연한거고. 그렇게 해서 세가지 부탁을 드리겠다.

李 : 다 얘기하세요.

朴 : 하나는.

임태희 비서실장 : 저기하고 할까요(기자들 내보내고 할까요라는 의미). 그냥 하시겠어요?

朴 : 예 그냥 먼저. 하나는 많이 강조했지만 경제 반드시 살려주길 바라고. 또 하나는 그동안 많이 흔들렸던 나라 정체성을 바로 잡아주길 바라고요. 세 번 째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동안 정치발전을 했었지만 많은 관심을 갖고 많이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李 : 예. 내가 바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경제 살려야한다는데 전경련에 가서 투자좀 많이 해달라고. 우리 규제 풀기로 했잖아요.

朴 : 그런 공약들이 많이 있었죠.

李 : 당시 우리들이 경선과정에서 다 공약한 것을 해 가지고 투자 좀 하도록. 국가 정체성은 지난번 기자회견할 때도 분명히 얘기를 해 놨다. 역시 새 정부는 이렇게 가는구나 분명히 해놓고…. 북쪽에도 메시지를 좀 내가 분명히 보내놨고…. 할 얘기는 해야 한다, 앞으로 한다.

치변화도 이제 지난번에 이미 시석을 깔았습니다. 잘 깔아서 박 전 대표를 높이 평가하는데 사심없이 하면…. 내가 같이 나가면 내 혼자 하라 하지 말고.

朴 : 그렇게 하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는다.

李 : 그렇게 할게요. 해 갖고 한나라당이 모처럼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는데 '야 역시 한당 이렇게…'

朴 : 기대도 크고.

李 : 역시 한나라당에 맡기니까 경험 있는 사람들이 하니까 좋다 이런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이제 사진 다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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