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vs인수위, 고위직 인사놓고 신경전?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07.12.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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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공무원 인사를 놓고 현 권력과 차기 권력간 신경전이 흥미롭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간 다툼이다.

겉으론 '화기애애'하다. 인수위에서 가급적 인사 자제를 완곡하게 요청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했다는 모습만 보면 그렇다.

청와대가 단행한 2건의 인사를 놓고도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3년 임기의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자산관리공사 사장 인사에 이어 28일엔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까지 했지만 인수위는 양해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인사"(정영애 청와대 인사수석)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문제될 게 없다"(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고 호응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이 인수위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그런데 내부 기류가 다르다. 인수위-청와대 양측에서는 이번 인사 협조를 둘러싼 불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임기직 공무원들의 인사는 인수위와 청와대의 협의아래 진행돼 온 게 관례. 이번 인수위도 임기직 공무원 임명시 인수위와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인수위의 협조 공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임기직 공무원들의 인사를 단행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자칫 '신(新)-구(舊) 권력' 간의 갈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당장 협조 공문을 놓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이 대변인은 "아주 정중하고 예의바른 내용이었다"라고 강조한 것과 달리 청와대측에선 "인수위가 '달랑' 공문 한장 보내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도 "공문은 원래 한장 가는 것이다. 여러장 금박을 해서 가는 것이 아니다. 의사만 전달되면 된다"고 발끈했다.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비친다.

인수위측 인사들도 불쾌함을 표했다. 이 당선자의 핵심측근은 이번 인사에 대해 "(임기) 3년, 4년 짜리를 임명하니 우리로서는 참 아쉽지…"라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관례상 선거운동에 기여한 '개국공신'들에게 돌아가던 고위직 공무원 자리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이때문인지 인수위측은 적극적인 의사 표현 방식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말 임기지 공무원을 직접 추천하든지, 현 정부가 추천한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명확히 전달하든지 등의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임기말 남은 인사는 국가청렴위원회 상임위원과 경찰청장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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