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LG카드 1000만 고객이 영업기반"

대담=정희경 금융부장, 정리=임대환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2008.01.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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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신년 릴레이 인터뷰]②신상훈 신한은행장

'온화한 카리스마'를 갖춘 현장형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2008년을 신중하게 맞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녹녹치 않은 까닭이다.

"옛 LG카드 1000만 고객이 영업기반"


신년인터뷰 차 구랍 27일 만난 그는 내실를 다지면서 영업기반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통합 신한은행의 초대 사령탑을 맡아 2007년 주변의 부러움을 살 정도의 성과를 올렸는데도 은행권 순익에 일종의 버블(거품)이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강'(內剛)의 면모도 감추지 않았다. 새 정부들어 투자활성화를 기대한 신 행장은 "중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인수 기회가 주어진다면 은행이나 금융그룹의 투자여력 범위에서 지주사와 협의해 추가 인수·합병(M&A)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보신다면.
▶항상 지나고 나면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낍니다만, 지난 한 해는 전반적으로 연초에 계획했던 목표수준을 무난해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통합원년으로서 외형과 손익 등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내부 목표와 시장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켰다고 봅니다.
신한카드 결제계좌 유치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고객기반과 장기적인 수익기반을 확대하는 활동들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직내부적으로 노조통합이 가시화되는 등 화학적으로도 완전한 '하나의 회사'를 이뤘다는 게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전략을 어떻게 구상하셨는지요.
▶그동안 계속돼 왔던 확장경영보다는 내실위주의 안정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다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지속적인 비용효율성 관리와 중장기적인 수익원 발굴 등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야합니다.
특히 올해는 영업기반을 강화하는데 힘을 쓸 것입니다. LG카드와 합병을 했기 때문에 옛 LG카드와 신한은행의 연계를 통한 영업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올해의 최대 영업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제계좌를 유치해야 하는데, 지금 옛 LG카드 고객 1000만명중에서 20%정도만 신한은행 결제계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고객을 전부 신한은행 구좌를 갖도록 하는 것이 간단치 않은 문제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동안 은행들은 확장경영에 주력했습니다. 올해 자산성장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계십니까.
▶최근 경영환경을 보면 은행의 자산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신한은행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올해 신한은행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의 보수적인 성장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은행들은 저금리와 양호한 신용사이클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려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 경색과 신용사이클이 악화되면서 은행의 경영환경을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공격적인 성장경영보다는 보수적인 기조하에서 내실을 다지고 내부 효율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옛 LG카드 1000만 고객이 영업기반"
-은행 경영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혼란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현상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 은행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본질은 고객들의 성향이 예금에서 투자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은행들이 금융채 조달비중을 높여나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그 속도가 문제인데, 국내 원화시장이 규모가 작다보니 거기서 오는 충격을 받아낼 수 있는 쿠션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의 경영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은행들이 영업전략을 차별화해서 저마다 수익구조를 갖추어 나가는 것입니다. 외형위주의 획일적인 영업을 지양하고 수수료 수입 위주의 영업다각화가 시장의 유동성 축소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시장으로의 진출 역시 머니무브 현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그럼 신한은행도 자산유동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렇습니다. 대고객 수신 감소원인과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해 볼 때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입니다. 자산유동화는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조달강화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올 상반기중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채권(RMBS) 발행을 할 계획입니다.

-행장님께서는 지난해 8월 월례조회에서 은행권 손익의 최대 50%까지는 버블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신 바 있습니다. 그 견해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으십니까.
▶다소 자극적인 표현일 수도 있었겠지만 은행의 핵심적인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도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착시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액의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보다는 단기성과 위주의 쏠림 영업에 따른 손익시현도 일종의 버블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비율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이러한 현상은 은행권 공통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외환은행 등 금융권의 추가 M&A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추가 M&A 계획이 있으신지요.
▶신한은행과 옛 조흥은행의 성공적 통합에 따라 은행 대형화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황입니다. 당분간은 추가 M&A를 통한 외형성장 보다는 기존 사업라인의 내실 위주의 자체 경쟁력 확보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매력적인 인수 기회가 주어진다면 은행과 지주사의 투자여력 범위에서 지주회사와 협의해 추가 M&A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은행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만.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무조건 완화하면 부작용도 있을 것이니 완화를 하면서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투자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투자가 왜 안되고 있는지를 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그러니 그런 규제를 풀면 자연스럽게 투자도 이뤄질 것입니다. 일본 자본들이 중국에 대거 진출했다가 빠져나오면서도 왜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느냐 하면 바로 노동의 유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담=정희경 금융부장, 정리=임대환 기자 , 사진=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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