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지각변동' 예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7.12.27 09:22
글자크기

미리보는 'MB의 금융정책'(6-끝) 경남·광주銀 매각땐 구도재편

새 정부 들어 지방은행의 '지각변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산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분리매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방은행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금산분리 완화를 공언하고 있어 경남·광주은행 인수주체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새 변수=지난 9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방은행 분리 매각과 관련, 지방 상공인의 지방은행 인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는 지방 상공인들이 지방은행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산업자본으로 간주돼 발행주식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금산분리 완화방안을 내놓아 지방 상공인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당선자 측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까지 우선 허용하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한 후 15%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현행법으로도 산업자본이 15%까지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도 모두 행사할 수 있어 당장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금산분리 완화 기조가 확산될 경우 지방 상공인이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망이다.

물론 지방 상공인의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게 된 이유가 지방기업들의 부도 때문인데, 부실 원인 제공자에게 은행을 다시 맡긴다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새 정부가 지방 상공인 소유를 허용하더라도 독립성, 지배구조의 투명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스크 관리와 사외이사제도 보완을 통해 지역 상공인의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1대주주인 롯데, 삼성생명이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히 롯데는 엔화자금 조달이 용이해 인수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지방은행 대형화론 vs. 토착형 지방은행론=새 정부의 '지방은행관'도 지방은행 구도 재편의 변수다.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지방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할 경우 '지방은행 지주회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토착형 지방은행 육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 현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 지주회사'는 지방은행의 강점을 살리면서 규모의 열세도 만회할 수 있다는 논리로 부상했다. 효율적인 복합금융서비스 제공이나 비용절감, 전략공유 등의 장점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지방은행들도 대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방법론에서 견해가 갈린다. 부산은행은 지주회사보다 경남은행 인수를 통해 대형화하는 것을 1순위로 두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역 연고상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부산은행보다 불리한 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방은행 지주회사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대형화보다 토착화가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방은행 금융지주회사는 또다른 시중은행 출현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지역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토착형 지방은행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결국 열쇠는 새 정부가 쥐고 있다. 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과 그 방향성이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금융지주를 소유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9월 공자위 결정은 (분리매각 자체가 아니라) 지역 상공인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분리매각 방안이 재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경남·광주은행간 시너지효과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리금융 지분 51%를 사기 위해서는 7조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분리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새 정부 역시 어떤 쪽이든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은행들이 지역 정서에 민감하고, 지배구조 등 수반되는 문제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