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빚'이 '300억 매출'로 변한 사연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7.12.2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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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기업의 CEO]김성민 호스트웨이IDC 대표

'300만원 빚'이 '300억 매출'로 변한 사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불만스런 현재 위치가 '환경'때문이라고 탓한다.

하지만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환경을 찾아내거나 스스로 만들어 낸 사람이다."

김성민(37) 호스트웨이IDC 대표의 경우도 그랬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벤처기업을 창업해 의연하게 앞길을 개척했고, 학벌로 인한 사회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외국계 기업의 CEO가 됐다.



# 창업

김 대표는 부산외국어대학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대학때부터 인터넷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공부를 했습니다. 덕분에 1996년 대한페인트 계열의 정보통신업체인 DIT에서 개발자로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팀장으로 일하며 '잡링크' 등을 개발하는 업무를 했지요."



그러나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부 팀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일단 그들이 살 길을 열어주기 위해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사장을 맡기로 했던 직원이 다시 입사하게 됐지요. 그래서 제가 대신 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정보통신(IT) 관련한 여러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그 가운데서도 고정수익이 생길 수 있는 호스팅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서버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만들어 기업들의 데이터를 보관, 관리해주는 거죠.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 데이터의 용량이 적었지만, 곧 인터넷 관련한 사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일단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사무실을 얻었습니다. 서버 역할을 할 컴퓨터도 부품을 조합해 조립해 만들었습니다. 97년도만 해도 인터넷 관련 데이터의 용량이 작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렇게 300만원의 빚을 진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객이 하나,둘 늘어갔다. "정식으로 법인도 설립하고 사업도 본 궤도에 올라갔습니다. 인터넷 관련 데이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계속 투자를 늘려가야 했습니다. 마침 2000년 벤처열풍이 불어 자금이 벤처업계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투자를 유치하려 했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투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사회가 설명할 수 없는 '광풍'에 휩싸여 있던 시절이었던 같아요. 그러다보니 사업 비전이나 전망, 실력 이런 걸 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서울대 출신인가, 카이스트 출신'인가, 아니면 '어느 학교 인맥인가'를 중요하게 보더군요. 저로선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 외국계 기업

때마침 미국의 3대 호스팅 업체인 호스트웨이가 한국에 사무소를 설립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제안서를 만들어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호스트웨이는 사업 가능성을 높이 사, 투자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회사인 코네티를 인수·합병해 2000년 호스트웨이IDC를 설립했습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호스트웨이는 현재 미국 내 호스팅업계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호스트웨이는 영국 네덜란드 독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전 세계 11개국 15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13개의 최첨단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호스트웨이는 김 대표의 호스팅 사업 노하우와 전문성 등 능력을 높이 사, 피인수기업의 사장이었음에도 새로 설립한 한국법인의 대표이사를 맡겼다.



"말하자면, 벤처기업의 소유경영자였다가 외국계 기업의 전문경영인이 된 셈이죠. 하지만 제 할 일을 열심히 할 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생명체입니다. 소유물의 개념이 아니지요. 회사가 커 나가면 나도 같이 성장하는 겁니다." 호스트웨이IDC는 분당에 내진설계를 기반으로 최신 설비를 갖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건립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데 힘입어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호스팅업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호스트웨이IDC의 매출액은 약 320억원으로 예상된다.

# 토털 아웃소싱 서비스

탄탄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서버와 인터넷 네트워크를 임대해주는 단순한 호스팅서비스보다는 보안, 백업, 시스템 운용·관리까지 일괄적으로 대행해주는 차별화된 '토털 IT서비스 업체'를 지향합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폰 센터'를 설립, 스마트폰을 활용한 '프리미엄 모바일 e메일 서비스'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대부분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에만 매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만의 특기를 살려 전문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길게보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꿈을 물었다.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올해로 회사를 운영한지 딱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앞으로 10년앞을 잘 내다보고 오너의 마인드를 가진 전문경영인으로 우리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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