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2008-⑥]이머징 랠리 지속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1.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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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유동성 집중 경계해야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주식시장은 올해 또 한번의 인상적인 상승 행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년간 이어온 고속 성장의 기틀이 여전하고 그간의 투자 수익률에 대한 신뢰도 변함없다.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이머징마켓의 경기 신뢰에 대한 의문으로 등장했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적인 영향력은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이머징마켓의 규모는 커졌고 내실도 튼튼해졌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이은 전세계적인 신용경색 흐름이 이머징마켓 투자의 리스크를 부풀리고 있다. 전세계가 이머징마켓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는 지금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유동성 집중으로 인한 자산 버블이다.

◇고성장 이어진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이머징마켓과 선진국의 성장세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장률 격차는 두배 이상 벌어졌다.

브릭스(BRICs)의 맏형 격인 중국은 2003년 10%, 2004년 10.1%, 2005년 10.4%, 2006년 11.1%에 이어 2007년 11.4%(OECD 추산)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중국은 2008년에도 두자릿수 성장이 전망된다. 10.1%로 성장률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1~2%대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존 선진시장에 비해선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도 역시 2005년 9.0%, 2006년 9.7%에 이어 2007년 8.9% 성장을 기록했다. 2008년은 8.2%로 소폭 둔화가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아시아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8.7%에서 후퇴하긴 했지만 4%대로 예상되는 세계 평균의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올해 이머징마켓 경제의 가장 큰 매력은 미국, 유럽의 경기 둔화에도 성장 발걸음이 늦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올해 각각 1.7%, 1.8%, 2.1%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시 랠리 이상무

이머징마켓 증시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6%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메릴린치는 올해 이머징마켓 평균 수익률이 15~2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과잉이 불안하긴 하지만 이미 탄력이 붙은 이머징마켓 증시의 질주는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머징마켓 증시 활황의 리더십은 여전히 브릭스에 있다. 브릭스는 이제 구태여 기존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가고 있다.

브릭스는 그간 쌓은 막대한 유동성을 인프라 확충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브릭스의 인프라 투자는 에너지-건설 등 테마주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 활황장세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유동성 집중 경계해야



2002년 이후 계속된 저금리 기조는 과잉 유동성 현상을 야기했다. 과잉 유동성은 IT버블로 신음하던 세계 경기를 침체 위기에서 구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부동산 가격 뛰었고 이머징마켓의 증시와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유동성 과잉 우려가 대두되면서 주요국들은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 일본은행이 오랫동안 이어온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했으며 미국 연준(FRB)도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유동성 회수는 부동산 경기 위축과 주택 가격 하락을 가져왔고 결국 지난해 세계 경제를 뒤흔든 서브프라임 사태를 야기했다.

전세계적 금융시장 불안은 이머징마켓에 충격이 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이머징마켓으로 돈을 몰아주고 있다. 세계의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에 오염된 구미의 선진국을 버리고 이머징마켓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기구(IIF)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자본은 총 6203억달러. 앞선 수년간에 비해 증가세는 꺾였지만 2006년의 5728억달러에 비해 8.3% 늘어난 수준이다.

외국 자본 유입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이머징마켓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이머징마켓은 사실상 돈방석 위에 올라 앉아 있다. 하지만 언제 돈방석이 돈폭탄으로 변할런지는 미지수다.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기 성장세가 유동성 증가 속도와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과잉 유동성은 치명적인 불안 요소다. 실물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이머징마켓은 자산 버블에 따른 새로운 금융 위기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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