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플랫폼, 새로운 출발점

이관순 한미약품연구센터 소장 2007.12.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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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칼럼]플랫폼, 새로운 출발점


기차역의 플랫폼은 다양한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열차를 타는 출발점이다.

마찬가지로 신약에서의 플랫폼 기술은 한 가지 기술로 다양한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기술이기에 신약개발의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신약개발의 혁신을 주도해 온 바이오 기술은 다양한 플랫폼 기술의 개발과 이를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응용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오늘날 많은 바이오 벤쳐 기업들이 성공적인 제약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밑거름이 됐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적인 제약기업들은 향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플랫폼 기술의 확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플랫폼 기술의 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이 전 세계적인 신약개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뛰어 넘어 아예 회사를 사들이는 경우도 많아 향후 전 세계 제약시장의 판도는 어느 회사가 이러한 플랫폼 기술을 많이 확보하느냐와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 기술의 종류는 신약개발의 수단(Tool), 표적(Target), 그리고 제품(Product)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이러한 플랫폼 기술은 적용 가능성이 매우 넓고 방대하여 수많은 회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으므로 특허권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재조합 기술을 제품화에 연결하여 가장 강력한 바이오 회사로 부상한 암젠(Amgen), 질병의 새로운 표적을 발견하여 최근 가장 강력한 제품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제넨텍(Genentech), 항체 분야의 기반기술을 개발한 메다렉스(Medarex), 앱제닉스(Abgenix), 그리고 DDS 분야의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알자(Alza), 엔존(Enzon) 등 많은 성공적인 기업들이 있다.

반면에 좋은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도 제품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들도 많이 있는데, 이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기술이 제품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주도하고 그 결과물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사업모델을 창출하고자 했던 미국의 셀레라(Celera) 및 휴먼게놈사이언스(Human Genome Science) 등이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실패 원인은 바로 신약개발의 도구(Tool)로서의 기능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약개발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많은 플랫폼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이 신약개발에 잘 활용된다면 신약개발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향후 무한한 가치를 지닌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미약품에서는 5-6년 전부터 이러한 플랫품 기술 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랍스커버리(LAPSCOVERY Technology)와 오라스커버리(ORASCOVERY Technology)기술 이다.

랍스커버리 는 지속성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인데, 본 기술의 핵심은 생체내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바이오캐리어의 개발에 있다.

이 바이오 캐리어를 반감기가 짧은 바이오 의약품에 결합시키면, 하루에 1~2회 투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1주 내지 한달에 한번만 투여해도 충분한 약효를 발휘하게 되어 고가 약물의 가치를 높이고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가 있다.

두 번째 플랫폼 기술은 오라스커버리 기술인데 이 기술의 특징은 기존에 주사제로만 투여가 가능했던 항암제를 한미가 개발한 플랫폼 물질인 HM30181A라는 경구 흡수 촉진 물질과 같이 투여하면 경구용 항암제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플랫폼 기술의 성공 여부는 그 기술의 확장 가능성과 제품화에 얼마나 잘 적용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그것이 기술 자체에만 머물고 제품개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성공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플랫폼 기술의 성공사례와 실패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기술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 경쟁력이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내 바이오 및 신약개발 기술이 국내에서의 우수한 플랫폼 기술의 개발로 인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하며, 이 분야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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