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송년시평]2007 경제이슈를 회고하며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07.12.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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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송년시평]2007 경제이슈를 회고하며


2007년은 대통령 선거를 필두로 한 정치의 해였다.

하지만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하여 올 한해도 여러 경제 이슈들이 등장하였다. 특히 올해에 발생한 경제사건들은 어느 해보다도 장기간 우리경제에 영향을 끼칠 문제들이다.
 
먼저, 한미FTA 타결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경제의 원동력은 해외수출과 이를 통한 경쟁력강화에 있었다. 한미FTA는 단순한 수출증가 뿐 아니라 경제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최종적인 체결을 위해서는 양국의 국회 비준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있다.
 
만약 그대로 추진된다면 한미 FTA는 한국이 이미 체결한 FTA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뿐 아니라 우리 안방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쟁의 무풍지대에 있었던 서비스관련 산업의 효율성 강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큰 변화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일어났다. 가히 `펀드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펀드가입액이 급속히 늘어나 12월 중 300조원을 돌파하였고,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투입이 은행을 통한 간접투입을 급속히 대체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은행은 큰 시련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미 은행들은 예금수탁고의 감소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CD발행을 급속히 늘렸고 이 과정에서 CD금리인상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대출금리 인상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그 동안 과도하게 은행에 의존했던 반면 자본시장은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선진금융시스템으로 탈바꿈하는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된다.
 
특히 지난 7월에 통과하여 2009년 본격 시행될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동법은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대부분 폐지하여 증권사로 하여금 선물업,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을 겸업할 수 있게 했으며, 은행만이 독점하였던 지급결제기능도 가지게 하였다.
 
이제 자본투자시장은 보다 규모가 커질 것이며 이는 큰 도전과 함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명심할 것은 금융시장의 변화에는 항상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큰 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의 개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대가로 1997년 우리는 혹독한 외환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외부여건도 급속하게 변화하였다. 특히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과정에서 돌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전세계의 금융시장을 강타하였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개인에게 융자를 통해 주택구입을 돕고 주택을 담보로 이용하는 금융행위이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전제 하에서는 담보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금리의 지속에 의해 야기된 미국 주택시장의 호황은 개인 신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무분별한 모기지 대출자를 양산하였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시장의 위축으로 이들이 실제로 대출금리를 부담할 수 없는 부적격자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였다.
 
신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는 대출행위는 마치 2002년 한국에서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행과 이에 이어진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최첨단의 금융기법을 이용하여 부실자산이 ABS, CDO 등으로 변신해 가면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최고의 금융전문가들도 현혹시켰다는 점이다. 이제 모기지 대출의 부실은 전세계 금융시스템으로 번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미국과 같은 최고 수준의 금융시스템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과, 우리 경제로서는 제어할 수 없는 세계 금융여건이 우리 경제를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금융시장은 세계 금융시장과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최근 국내금융시장의 CD 금리 인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더욱 악화된 측면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석유를 비롯하여 원자재, 농산물 가격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만약 이러한 움직임이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의 정책대응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상의 경제이슈들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지만 종합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산적한 문제들이 대통령의 교체로 일시에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은 두고두고 새 대통령을 괴롭힐 것이다. 특히 경제대통령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들 문제는 새 대통령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가 내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물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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