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의 저주 끝? 게임업체 코스닥行 러시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전혜영 기자 2007.12.26 13:54
글자크기

4년7개월만에 제이씨엔터 입성, 내년 상반기 줄 노크

4년을 넘게 끌어온 온라인게임업계의 코스닥행이 본격 재개되고 있다.

지난 21일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26일 드래곤플라이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엠게임과 띠쓰리엔터테인먼트, 조이맥스도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03년5월 웹젠이 화려하게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 온라인게임업체의 코스닥 정문 입성은 자취를 감췄다. 윈디소프트가 2005년 '겟엠프트'의 대박을 등에 업고 코스닥 상장을 여러차례 노크했지만 끝내 굳게 닫힌 문을 열지 못했다.



◇ 대박이라도 단일게임은 'No'... 웹젠의 저주?

'겟엠프트' 하나로 매달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던 윈디소프트가 코스닥에 올라가지 못한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웹젠때문이었다. '뮤'의 대박을 업고 코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한 웹젠은 이후 차기작 부재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장 직후 미국 나스닥에까지 상장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상장 이듬해부터 성장세가 꺾이더니 2005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돈이 나오는 게임은 '뮤' 하나뿐인데 인원은 폭발적으로 늘며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3년말 172명이던 직원수는 2004년말 415명을 거쳐 2005년에는 600명이 넘었다. 그나마 '뮤'의 인기도 점차 시들해지면서 2004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03년12월 16만원(권리락 감안 수정주가)을 넘던 주가는 지난달 8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4년만에 1/20 수준으로 주가가 밀렸던 것.

전문가들은 웹젠의 추락이 국내 게임개발 중심 회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때 '뮤' 로 온라인게임 시장을 평정했던 웹젠은 단일 대작 게임 위주 개발사로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인수합병(M&A)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웹보드, 스포츠 게임 등 초기에 많은 노력 없이도 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는 등 유저들의 취향에 맞춘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웹젠의 추락과 함께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웬만큼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지 않고선 온라인게임업체가 코스닥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워졌다. 웹젠 이후 제이씨엔터가 입성하기까지 4년7개월이 걸린 이유다.



◇ 웹젠 M&A 공격 당하는 시점, 저주는 풀려

화려한 시작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웹젠은 최근 들어 인수합병(M&A) 시도에 노출됐다. 6%대에 불과한 낮은 대주주 지분율에 주가가까지 폭락하면서 코스닥상장업체 네오웨이브가 M&A를 선언한 것. 웹젠측은 우호지분율을 합치면 당장 M&A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주가수준에서는 언제든지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웹젠이 몇년간의 부진 지속으로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순간, 공교롭게도 온라인게임업계에서 '웹젠의 저주'는 풀렸다. 제이씨엔터가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코스닥의 높은 문을 넘은데 이어 내년에는 무더기 입성까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게임업체의 잇단 상장 시도에 대해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준보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게임주에 대한 시각이 워낙 보수적으로 바뀌어서 가격적으로는 분명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신규 업체의 잇단 등장이 업계에 환기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단일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개발 업체라는 점을 감안,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국내 게임개발업체들이 경쟁력이 있긴 하지만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추격으로 현재 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며 "제이씨엔터나 드래곤플라이 모두 개발 위주의 업체이기 때문에 퍼블리싱을 병행하는 업체 대비 매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실적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시장의 경쟁 격화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