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꿈]세계의 운명을 바꾼다

베이징(중국)=유일한 기자, 김주동 기자 2008.01.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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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호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향후 30년 내에 ‘세계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를 날짜’ 5개 중 하나로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는 2008년 8월 8일을 꼽았다. 최근 5년 연속 두 자릿수 경제성장 등에 힘입어 큰나라 중국이 명실상부한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 주경기장 등 주요 베이징 올림픽 건물 조형도↑ 주경기장 등 주요 베이징 올림픽 건물 조형도


◇베이징 올림픽, 세계의 운명을 바꾼다
개방 3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그날을 미국의 저명한 언론은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날이라는 색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 과학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견제하는 미국이지만 중국이라는 존재를 인정할 밖에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신용경색으로 멍든 미국은 이미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린 중국의 돈마저 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중국이 지닌 외환보유고는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인권과 환경 등의 문제를 들며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수많은 서방국가들이 올림픽을 계기로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인형, 트리 장식품, 산타클로스 옷 등이 없다면 성탄절을 무사히 보낼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노동집약적 중국 제품이 없다면 성탄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줄어들고 세상은 부쩍 우울해질 것이다.



◇베이징, 평소와 다름없다..정중동
이 역사적인 날을 준비하는 베이징은 매우 차분했다. 아직 때가 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중국은 드러내놓고 올림픽을 자랑하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정중동의 표정이었다. 내부적으론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워놓았으면서 공식적으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처럼 2등만 지켰으면 한다"고 소박하게 말하는 올림픽 준비위 관계자의 어법도 마찬가지였다.

‘공해가 심하다’는 평가를 입증하듯 베이징의 공기는 여느 때처럼 탁했다. 대낮에도 하늘은 옅은 은회색으로 덮여있다.

베이징 어디를 가더라도 따라다니는 것은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 그리고 공사가 한창인 대형 건물들이다. 보행자들은 신호를 잘 무시하고 길을 건넜으며 자전거들은 대부분 사거리와 횡단보도에서 한수 앞서 신호를 외면하고 제 갈 길을 갔다. 자동차는 이들을 피해 먼저 가기를 노렸다. 경적 소리는 꼬리를 물었다. 베이징 도로는 출퇴근 시간은 물론 한낮에도 정체되는 일이 잦았다. 전형적인 베이징 풍경이다.


흰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베이징은 도시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중이었고 눈 대신 뿌연 먼지만 전해질 뿐이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준비하는 중국의 겨울은 추웠다.

↑ 부연 공기에 둘러쌓인 주경기장 '냐오차오'. 이름 그대로 새둥지를 닮았다.↑ 부연 공기에 둘러쌓인 주경기장 '냐오차오'. 이름 그대로 새둥지를 닮았다.
◇철저히 중국식 대로 준비하는 올림픽
공해와 시민의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대내외적으로 끊임이 없다. 그러나 이를 절망적으로 받아들이는 베이징 사람은 드물었다. 정부는 올림픽이 임박하면 베이징 시내의 경우 차량 운행 통제를 강하게 시행할 계획이다. 심지어 2부제가 물망에 오른 상황이다. 차만 절반으로 줄어도 베이징의 환경은 몰라보게 좋아진다.



선수촌과 올림픽 공원을 오가는 지하철은 선수와 기자단 전용으로 이미 내정된 상태다. 어느 올림픽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파격적 대우다. 이게 바로 중국식이다.

"지금은 시민 의식이 다소 뒤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임박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순식간에 달라질 것이고 아무 문제없이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게 베이징 사람들의 생각이다.

베이징은 그 개성에 맞게 올림픽을 향해 빠르게 재정비되고 있었다. 많은 인부들이 위태롭게 외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작업을 하지만 완공된 도심의 빌딩들은 세계 제일이다. 안에 들어서면 하나같이 서울의 고급호텔을 뺨칠 정도로 화려하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를 한 결과다.



◇실리 챙기는 중국..무서운 친구로 변태할 수도
그러는 동안 베이징 사람들은 실속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빠르게 꽃피우고 있는 자본주의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6일동안 베이징 구석구석으로 우리를 안내한 운전사 리 양(25)은 5년째 관광객 안내를 하고 있다. 착실하게 돈을 모아 작년 11월 베이징현대차가 만든 엘란트라를 구입했다. 올 봄 고향인 산둥성 처녀와 결혼한다는 그는 "몇년 더 고생해 여행가이드를 전문적으로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올림픽은 리 양의 목표달성을 앞당기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잇속을 챙기는데는 중국 정부도 못지않다. 작년말 극적으로 이끌어낸 평양에서의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그 단적인 예다. 주체사상탑에서 김일성 체육관까지 평양시내 20Km를 달리는 장면을 전세계가 지켜볼 것이다. 올림픽 최초의 평양 성화봉송 드라마를 접하는 서방 강국들의 심정은 착잡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주제가 제목은 '영원한 친구'(Forever Friends)다. 올림픽 표어도 너와 내가 아닌 하나 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왠지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친구로 변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자신만의 큰 세계와 큰 꿈을 노래하고 싶다는 속내는 아닌지 모르겠다.



↑ 올림픽 공원 축소모형.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올림픽 공원 축소모형.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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