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2008-①]세계경제 불확실성 시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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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나 국제유가 급등, 애그플레이션 위험 고조 등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한해 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우려를 키웠던 악재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경제는 악재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상당정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여부는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좌우할 가장 큰 불확실성 요소로 꼽힌다.



세계 경제는 2000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의해 조성된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2003년 이후 지금껏 세계경제 성장률은 5%를 넘어서는 호조를 보였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은 경제 호황기에는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들의 성장세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은 동시에 자산 가격을 부풀리고 과열을 키워 경제의 취약 요인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이후부터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다시 나타났고, 이는 유동성을 줄여 자산 거품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했다. 자산 거품 붕괴는 미국 주택 가격 하락으로 나타났고,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확대시키는 이유로 작용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신용경색으로까지 확대되며 결국 전세계 경제 복병으로 등장했다.


서브프라임 부실과 고유가 등 잇단 악재 영향으로 주요 국제 기구들은 2008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7년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세계 전망' 보고서에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5%를 차지하는 51개국의 2008년 경제성장률이 2007년 5.1%보다 0.5%p 둔화된 4.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08년 경제성장률은 4.8%를 기록, 2007년 5.2% 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최근에는 고유가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사태 악화로 2008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야기된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이 전세계 경제 성장 둔화라는 후폭풍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2006년 사이 31.9%에서 27.5%로 낮아진 반면 아시아 신흥국과 자원 수출국의 비중은 16%에서 20.3%로 높아졌다는 것.



또 세계 경제성장률과 미국 경제성장률간 상관계수도 2000~2003년 0.97에서 2004~2007년 0.68로 낮아졌다. 대미 수출 의존도 축소와 내수 확대, 신흥 국가들의 경제 펀더맨털 개선 등으로 전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듦에 따라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더라도 유럽과 신흥시장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이 미국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연착륙에 실패하고 경기 침체를 겪는다면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요 국가인 미국의 소비가 감소할 경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은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수요처를 잃은 중국 경제 성장세가 탄력을 잃을 수도 있다.

2007년 하반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뉴욕 증시 급락이 전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진 점은 미국이 가진 영향력이 지대함을 입증한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전세계 경제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점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견조한 소비가 경기 침체를 막는 방패막이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 시장 개입도 점차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미국 고용이 축소된다면 마지막 보루인 소비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고유가와 식품 가격 급등세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음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못할 우려도 상존한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연착륙에 실패하고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글로벌 경제는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를 뚫고 얼마나 견조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8년 전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의 침체여부 또는 경기 둔화의 정도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는 불확실성이 높은 한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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